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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여름, 칠석의 밤 / 블루베리
똑똑-
어느 여름날의 밤. 9시가 넘어 길었던 해도 저문 밤에 누군가 매니저실에 문을 두드렸다.
매니저는 문을 열러 가며 물었다.
"네, 누구세요?"
"후후, 접니다 마스터."
문 뒤에는 기이가 서있었다.
"기이? 이 밤에 어쩐일이야?"
매니저는 문 뒤에 서있는 기이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하지만 기이는 그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되려 다른 질문을 물어보았다.
"마스터,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이신지 아십니까?"
"오늘...? 오늘이 8월 25일이니까... 누구 생일도 아니고, 다른 기념일들도 아닌데... 오늘이 무슨날이야 기이?"
"후후, 오늘은 어찌보면 여름의 가장 큰 기념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날이지요, 오늘은 바로 음력 7월7일 칠석날입니다."
"우와, 정말?? 나 어렸을때 견우와 직녀 이야기 정말정말 좋아했는데 진짜 너무 좋다! 마침 지금 일도 다 끝났으니까 같이 옥상 올라가서 별 보고올까??"
매니저는 엄청 신난 어린아이처럼 들떠있었다. 그런 매니저를 보고 기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좋습니다, 마스터."
둘은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자마자 보인것은 어두운 밤하늘에 보석같이 박혀있는 수십, 수백개의 아름다운 별들이였다.
"우와아...나 이렇게 많은 별은 본건 오늘이 처음인것 같아... 명계에 있었을때도 이렇게 밤하늘을 본 적도 없었고, 사신지부에 와서도 눈 코 뜰 새 없이 일만 하느라 이렇게 밤하늘이 아름다운지도 모르고 살았어... 이렇게 같이 올라와줘서 너무 고마워 기이."
기이는 매니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마스터께서 이렇게 좋아하시니 저도 좋군요, 후후."
" 아, 참. 기이, 오늘이 칠석이라는건 알고있지만 혹시 견우와 직녀 이야기도 알아?"
"아뇨, 음력 7월7일이 칠석이라는것만 알뿐,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합니다. 마스터께서는 아까전에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이야기를 알고 계시겠군요?"
"응!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이야기거든. 기이도 한번 들어볼래?"
"네, 마스터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이야기라니 궁금하군요."
매니저는 기이의 궁금하다는 말에 환하게 웃으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이에게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좋아, 옛날옛날에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와 목동인 견우가 살았어. 직녀는 하늘나라의 옷감을 짜는 일을 하였고, 견우는 소를 치는 일을 하였지. 그 둘은 일에만 빠져서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았데. 그래서 보다못한 옥황상제가 그 둘을 이어주게 되었어.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며 지내다 보니까 둘 다 일을 하지 않고 놀기만 하게 된거야. 그래서 화가 난 옥황상제는 그 둘을 은하수를 가운데에 두고 견우는 동쪽, 직녀는 서쪽에 갈라 놓으셨어. 그리곤 말씀하셨지.
"너희 둘은 일년에 딱 한번, 칠월 칠석에만 만날 수 있다." 라고. 그래서 그 둘은 칠월 칠석만 손꼽아 기다렸지만 정작 칠석에도 은하수가 갈라 놓아서 만날 수가 없었데. 그래서 그 둘의 눈물때문에 인간세계에는 홍수가 났었다고 해. 그래서 보다못한 지상의 동물들이 회의를 해서 칠석때에 까마귀와 까치가 둘을 이어주는 다리인 오작교를 만들어주기로 했어. 그래서 오작교를 건너 일년에 딱 한번 둘은 서로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 그래서 칠석때마다 그 둘이 흘리는 감동의 눈물인 '칠석우'가 내린데. 그리고 이튿째 아침에 오는 비는 둘이 다시 떨어지게 되어 슬픈 이별에 흘리는 슬픔에 눈물이래. 어때? 신기하지?"
"호오,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군요. 왜 마스터께서 좋아하신 이야기라는지 알겠습니다."
"그치그치! 그리고 저어기 별 보여?"
매니저는 손가락으로 동쪽에 있는 별을 가르켰다.
"저기 별이 거문고자리인데 저기 별에 견우가 산데. 그리고 저어기 별도 보여?"
매니저가 이번에는 서쪽에 있는 별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저 별은 독수리자리인데 저 별에는 직녀가 산데. 저 두 별이 원래는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칠석때만 가까이 붙어있게 된데. 진짜 신기해!"
기이는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말하고 있는 매니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마스터께서 이렇게 재미있게 말해주시니 더 신기하고 재미있군요, 후후."
"우와, 정말? 기이가 재미있다니까 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사실 혼자만 너무 들떠서 얘기하는거 아닌가 싶었거든... 같이 좋아해줘서 고마워."
매니저가 싱긋 웃으며 기이를 바라보자, 기이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피하곤 매니저에게 물었다.
"...그럼 만일, 마스터께서 직녀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신다면... 어떠실 것 같습니까?"
"음...내가 직녀가 된다면 처음에는 옥황상제를 미워했을것 같아. 자기가 이어줬으면서 자기가 갈라 놓은거잖아. 그래서 옥황상제를 엄청 미워하고 싫어했을것 같아. 하지만 그 다음엔 내가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가 이렇게 갈라지게 된거니까 나 스스로를 자책할 것 같아. '아, 내가 일을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게으름을 피우지만 않았었더라도 우리가 헤어질 일은 없었을텐데.'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 다음엔 옥황상제니 일이니 다 상관안쓰고 그냥 견우가 보고싶을것 같아. 그리곤 생각할거야, '지금쯤 그 사람도 날 생각하고 있을까, 날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어디 아프진 않을까.' 하고. 그리고 딱 한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칠석이 다가올때면 꽃단장을 하며 그 사람을 더더욱 생각하겠지? 그리고 칠석날이 다가오면 그동안 못봤던 서러움과 미안함, 잘 지내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와서 눈물부터 쏟아질 것 같아. 내가 너무 오버했나...?"
매니저는 멋쩍은듯이 웃었다.
"아닙니다 마스터. 마스터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전 항상 즐겁습니다, 후후."
"아, 정말??? 그럼 다행이다. 그럼 혹시 기이가 견우라면 어떨 것 같아? 기이의 견우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
"흠... 저 또한 마스터와 매우 흡사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옥황상제를 엄청 미워할 것 같군요. '이렇게 이별을 하게 만들거면 애초에 인연을 만들어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말이죠, 후후. 그 뒤엔 한참동안을 멍 을 때리며 지내다가 결국엔 옥황상제에 대한 분노도 분노지만 저 역시 직녀가 매우 보고싶을것 같군요. 본인이 너무나 힘들다면 차라리 절 잊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만, 이기적이게도 잊어버리는것 또한 싫을것 같습니다, 후후. 그래도 일년에 한 번 씩 만나 잊을 수도 없을테니 신은 참 가혹하지요. 그래도 칠석날 서로를 만날때는 너무나 기쁠것 같습니다, 속없게도. 너무 기쁘면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들 하던데, 진짜일지는 모르겠군요, 후후."
덤덤하게 장난식으로 풀어나가는 기이의 이야기에는 기이의 속마음 속 진심이 담겨있었다. 힘들어 할바엔 차라리 본인을 잊었으면, 하지만 잊지 않았으면. 그 말은 어쩌면 기이가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매니저는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기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자신이 다 속상해서, 그래도 이렇게라도 본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해주는 기이가 너무 고마워서, 매니저는 기이의 손을 꼬옥 잡았다. 기이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이내 곧 자신도 함께 매니저의 손을 꼬옥 잡았다. 매니저는 말했다.
"기이, 방금 말한것처럼 내가 직녀고 기이가 견우라면 난 평생 기이를 잊지 않을거야. 아니, 잊지 못할거야. 기이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것들을 잊고 살아가. 하지만 자신이 아끼거나, 사랑하거나, 좋아하거나, 소중한것들은 자신이 기뻐도, 슬퍼도, 화나도, 아파도, 혹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 나에겐 기이가 그런 존재야.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사랑해서 절대 잊어버릴 수 없어. 이건 내가 직녀가 아니고 기이가 견우가 아니여도 똑같아. 그러니까 기이, 혼자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 기이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지부 사신들에게도 꼭 필요한 존재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신이야. 알고 있지? 그러니까 기이, 나는 기이가 나에게 의지도 하면서 혼자 끙끙 앓지 않았으면 좋겠어."
매니저는 항상 알고있었다. 기이가 평소에는 밝고 장난도 많이 치지만 그의 내면에는 비 오는 날 길을 잃어버린 강아지처럼 방황하며 아픔이 많다는것을. 그 아픔을 자신이 덜어내줄순 없을까. 자신이 도와줄 순 없을까 늘 생각했다. 그 마음이 방금전 기이의 말을 듣자 파도처럼 마음밖으로, 입 밖으로 빠져나왔다. 본인의 진심이 기이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매니저는 신께 빌고 또 빌었다.
기이는 자신의 손을 꼭 잡은 매니저의 손과 진심이 담긴 말에 순간 자신의 과거가 눈 앞에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필요없는 놈, 쓸모 없는 놈, 너 따위 놈을 누가 받아주겠냐 등등 그때의 자신이 받았던 모든 고통들과 아픔들이 매니저로 인해 치유되는것만 같았고, 씻겨 나가는것 같았다. 기이에게 그런 감정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였고, 기이의 눈가는 점차 빨개졌다. 기이는 이 감정을 느끼게 해준 매니저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그렇게 진심을 말해준 매니저에게 기이 또한 자신의 진심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마스터. 아시다시피 저는 초기사신때에 너무나 많은 원혼들을 무차별적으로 사냥해 왔습니다. 그로인해 피해를 입은 영혼들도 한 둘이 아니지요. 저는 그들에게 평생 속죄해도 모자를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번 적련석 사건 이후 더욱 원혼정화에 힘을 쓰고 있지만... 그 역시 그 많은 영혼들에게 속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죠. 그래서 그 분들에게 모든 속죄를 할 때까지 너무 염치없고 무리한 부탁이겠지만, 마스터께서 저와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이는 그 말을 하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 매니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매니저는 진심이 담긴 기이의 말에 너무 고맙고 감동하여 눈을 크게뜨고 목소리를 높히며 잡고있던 기이의 손을 더욱 꼭 쥐곤 말했다.
"당연하지 기이! 이게 무슨 무리한 부탁이야! 난 당연히 기이랑 계속 함께 있을꺼야! 우리는 견우와 직녀가 아니니까 365일 계속 붙어있을 수도 있잖아! 난 365일 내내 기이랑 함께 할꺼야. 기이야 말로 혼자 어디로 가버리면 안돼! 알겠지?"
기이는 매니저의 굳은 의지섞인 말에 기이는 얼굴이 빨개진채로 매니저의 얼굴을 보며 생긋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마스터."
"진짜지? 그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
"좋습니다."
기이와 매니저는 잡고있던 손으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여름인데도 저녁에는 바람이 불어 꽤 시원하군요, 후후."
"그러게,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게 참 좋다."
바람이 불어 살짝씩 흩날리는 기이와 매니저의 머리카락이, 매니저의 머리카락이 흩날려지면서 나는 향수 향기가, 무덥지만 무덥지 않은 여름날의 칠석 밤에, 서로가 서로에게 그 감정을 느끼기엔 너무나 충분했다. 기이는 말했다.
"달이... 참 아름답군요, 마스터."
기이는 그 말의 의미를 매니저가 모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게, 정말로 아름답다!"
매니저가 정말로 그 뜻을 모른다는 안도감과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는 그 순간.
"나도."
"...네? 마스터, 방금 뭐라고..."
"나도. 달이 참 아름답네, 기이."
매니저는 기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설마 내가 그 뜻을 모를거라고 생각한거야? 나도 다 알고있거든~??"
기이는 예상치 못한 매니저의 말에 너무 놀라고 당황해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마스터..."
기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 매니저는 더 장난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그런데 기이, 달이 아름답다고만 하고 다른 말은 안해줄꺼야? 나는 기이가 정식으로 말해주는 고백이 듣고싶은데. 뭐, 안해주면 별 수 없구..."
기이는 매니저의 말에 매우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하고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 번 한뒤, 매니저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매니저는 자신이 장난으로한 말에 기이가 이렇게 진지하게 임해주니 조금은 놀랐지만 사실 그 장난에 기이가 정말로 고백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매니저 역시 심호흡을 하고 진지하게 기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아니, 매니저님. 감히 제가...매니저님을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매니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하지 기이. 나도 기이를 정말정말 사랑해. 내 이 마음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기이도 그래줄꺼지?"
"물론이죠, 매니저님."
둘은 서로의 손을 꼬옥 잡았고 하늘의 별들을 바라봤다. 덥지만 덥지않은 어느 여름의 두 별이 마주한 그 날. 그 여름날의 하늘은 어느때보다 더욱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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