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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두 개의 달 / 이아린
“매니저, 마지막 임무입니다. 북쪽 설산에 원혼이 출몰한다니 다녀오세요. 이번 입무는 키르, 아이타치, 데이, 나인. 즉 밤조와 함께 다녀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임무라는 것은 떠나기 전 날까지는 무조건. 비밀입니다.”
세이사감은 작은 공책을 들고 무언가를 끄적이며 임무를 내렸고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혼자 작은 임무를 나간 적이 있었다. 동생들이 떠내려갔던 강가. 임무를 마치고는 혹시라도 내가 쫓지 못했던 작은 흔적이 있지 않을까 하며 천천히.. 천천히 강을 따라내려 가던 중 작은 민가를 발견했다.
“원래 이런 민가가 있었나... 있었다면 못 봤을 리가 없는데..”
혹시 작은 흔적이라도 있을까 싶어 똑똑.. 문을 두드렸고 안에선 얼굴이 어딘가 익숙해보이는 작은 아이가 나왔다. 레비...?
“누구세요?”
작고 여린 목소리, 나와 꼭 닮은 갈색 머리카락과 눈, 코, 입..
“레비니? 레비야?!”
“누나는 누구세요?”
아이는 몽롱한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왔고 아이 뒤로 허리가 굽은 노파가 나왔다.
“누가 왔어...?”
“저는 명계 사신 14지부 매니저입니다. 과거 동생이 떠내려갔던 강가에 흔적이 남지 않았을까 해서 찾아왔는데요...”
“누나? 누나야??”
그렇게 레비를 찾았고 내가 14지부에 온 이유가 끝나버렸다. 하지만 14지부에 정이 너무 많이들어버린지라 레비를 찾고도 몇 달은 더 14지부에 머무르며 당번일지를 쓰고 사신들과 훈련을 했다. 아니, 사실은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임무는 내려오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발령일지가 내려왔다. 그만 14지부를 떠나라는 발령... 그렇구나.. 나는 떠나야 하는구나.. 그렇게 발령일이 정해지고 세이사감과 냥선배는 나에게 마지막 지령을 내렸다. 북쪽 설산이라... 키르가 싫어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 그의 홈그라운드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키르와 밤조에게는 딱인 마지막 무대였다.
북쪽 산에 오르기 하루 전, 산 타는 연습도 할 겸 뒷산을 천천히 올랐다. 바삭. 바삭. 옅게 쌓인 눈을 밟으며 산을 타던 중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쭈그려 앉아 풀숲을 해쳤다 작은 충격에 콱! 하며 오므려지는 덫.. 이제 이 정도는 익숙하게 피할 수 있다.
“매, 매니저였나?!”
“덫일 줄 알았어. 이제 이런 건 안 해도 된다고 몇 번을 말해?!”
“북쪽 산의 임무다. 식량 대비를 하지않으면 안 된다!”
“식량은 충분히 챙겨갈테고 이런 걸 설치하지 않아도 식량은 충분해. 이쯤이면 사회화가 될 때도 됬잖아! 나도 곧 없을텐데 계속 이러면 어떡.. 헙!”
나도 모르게 나와버린 마지막 말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런 식으로 알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무, 무슨 소리인가 매니저?! 어디 가는건가??”
“나 이제 떠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떠나기 싫다고.. 하지만 떠나야한다고.. 냥선배와 세이사감은 본인 일들을 처리하기에도 바빴고 사신들에겐 혼란을 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비밀로 하라는 지부장님의 명령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혼자 삭히고 삭히다 터져 버린 것이다. 주체하지 못하고 뚝뚝 흐르는 눈물에 키르도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모르고 그저 어깨를 토닥여 줄 뿐이었다.
다음날. 북쪽 설산 입구.
우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끝맺지 못한 채 임무를 맞이했고 마지막 임무는 긴장했던 것도 무색하게 쉽게 끝나버렸다. 원혼을 몇 잡아먹지도 못한 하얀 설산의 곰. 무투파인 밤조들에게 그정도는 쉬운 과제였고 나랑 나인은 나설 필요도 없이 싱겁게, 싱겁게 끝나버렸다. 차라리 끝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밤조도 우울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그 데이 조차도 조용히 아무 말없이 산을 내려와 버렸다. 그렇게 떠나는 날이 다가와 버렸다.
“중대 발표가 있다냥! 매니저!”
냥선배는 사신들을 모두 불러 모았고 나는 그 사신들 앞에 섰다.
“나... 떠나..”
되도록 울지 않으려했지만 결국 눈물을 흘려버렸고 더 그 자리에 서 있다간 주체하지 못하고 울어버릴 거 같아 술렁이는 사신들을 뒤로 한 채 혼자 밖으로 뛰쳐 나왔다. 공원 벤치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고 있으니 키르가 뒤따라 나온다.
“매니저. 울지마라. 나는 항상 매니저 곁에 있을테니까.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비가 내리면 함께 했던 여름을, 바람이 불면 너의 목소리를, 그리고 눈이 내리면 너의 하얗고 뽀얀 피부를 떠올리겠다. 그럼 곁에 없어도 함께 하는 것처럼 느껴질거다. 그래도, 그래도 정 힘들다면 다시 이곳을 찾아와라. 우린 항상 이 자리에 있겠다.”
키르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까만 밤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렸고 키르의 얼굴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고 천천히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키르키르! 치사해!! 혼자 매니저님 독차지하고!!”
“캬항!! 누나에게 뭘하려는거야 키르!!”
언제나 그렇듯 활발한 그 목소리들이 들려왔고 사신들은 빨갛고 짓물린 눈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14지부 안녕. 너희들을 잊지 앟을게.. 저 까만 하늘에 아름답고 둥근 달이 두 개였던 날 내가 너희를 찾아왔던 것처럼 또 그날처럼 너희들이 날 찾아올 그날을.. 나는 기다릴게. 사랑했어. 사랑해 14지부. 그리고 나의 사냥꾼 키르... 이제는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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