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연말의 축복 / 익명
연말은 늘 바쁘기 마련이다. 한 해를 끝냄과 동시에 다른 해를 맞는 시기니까 바쁜 것은 당연하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바쁜 것이 아닌가. 매니저는 속으로 한탄했다.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다고. 하도 바쁘다 보니 연인인 유세프를 볼 새도 없었다. 볼 틈이 없으니 당연하게도 데이트 할 틈도 없고, 일거리는 계속 밀리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매니저는 늘 상태가 꽝이었다. 유세프를 보면서 충전을 하면 또 모를까…… 다시 말하지만, 연말이라 매우 바빴으니까. 매니저 뿐만 아니라 유세프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히는 사신들 전원이 매우 바빴다. 바쁘다 못해서 서로의 여가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기 때문에 대화할 틈 조차도 없었다. 물론 사신들이야 내일이면 일이 전부 끝난다지만, 매니저는 아니었다. 아마 연말이 끝나고 새해까지도 바쁘겠지……. 매니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 일마저는 전부 끝내고 조금이라도 쉬고 말리라!
힘든 일들이 전부 끝나고, 유세프는 매니저실로 향했다. 이제 여유로우니 매니저의 일을 도와줄 수도 있고, 같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매니저가 바빠서 제대로 대화는 못 하겠지만 유세프는 매니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매니저실 안에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고 있는 매니저가 보였다. 많이 피곤했나, 매니저 옆의 커피는 반도 못 마신 채로 식어있고 전부 처리한 서류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일을 끝내자마자 잠에 든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설마 며칠간 무리해서 일을 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런 경우라면 화내고 싶을 것이다.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무리를 하다니. 정말 왜 그러는 건지…….
어찌 됐든 유세프는 매니저에게 자신의 코트를 덮어주고는 매니저가 처리한 서류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매니저야, 완벽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유세프는 매니저가 처리한 서류를 전부 사감에게 넘겼다. 일단은 매니저가 푹 쉬었으면 했으니까.
“일어났어, 매니저?”
인기척이 들리기에 유세프는 시선을 돌려 매니저를 쳐다봤다. 매니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판단하는 눈을 하고 있었고, 유세프는 미리 타놓은―당연히 막 타놓은 따뜻한 커피다―커피를 매니저에게 건넸다. 매니저는 일단 그것을 받아들고 의아하다는 듯이 유세프를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이 타놓은 커피가 없고, 서류도 전부 없는 것을 보고는 이내 당황으로 눈동자가 번졌다.
“유, 유세프 씨?! 제, 서류랑 커피는 어디 갔는지 아세요?”
“진정해, 매니저. 서류는 내가 사감 님께 전달해드렸고, 커피는 식은 것 같아서 내가 새로 타온 거니까. 많이 바빴었나 봐. 자고 있던 걸.”
“제가 자고 있었어요……?”
그 말에 유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의 얼굴은 부끄러움이 가득해진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어딘가 예뻐 보였다. 유세프는 그 말에 쿡쿡 웃었다. 많이 피곤했던 거잖아, 괜찮아. 그리고 우리 사이인데 그 정도는 보여도 괜찮지 않아? 그 말에 매니저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하하, 유세프는 작게 웃었다. 저러는 매니저가 정말 사랑스러웠다. 정말로. 그렇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매니저는 여전히 일이 쌓여있었으니까.
“매니저. 사감 님이 창고에서 쓸 물건이랑 안 쓸 물건 정리 해놓으라고 하셨는데, 같이 갈래?”
“네? 좋아요!”
마침 서류 보는 것도 질렸으니까, 이참에 몸이나 움직이죠! 그러면서 창고로 총총총 뛰어가는 매니저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유세프는 매니저의 그런 걸음을 쫓아 같이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여러 가지의 물건들이 가득했고, 그중에서 쓸 물건과 쓰지 않을 물건을 구분하라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물론 연말이니 이런 것들을 죄다 정리하는 것이 낫겠지만. 이런 점에서 유세프와 매니저는 연말을 꽤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묵은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 넣는 느낌이 났으니까. 그리고 창고에는 묵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 넣으면 아마 새해를 맞는 느낌도 같이 나겠지.
“저기, 유세프 씨. 이건 여전히 쓸까요?”
“아, 그거. 아마 지금은 잘 안 쓰는 걸로 알고 있어.”
그래요? 그럼 버려야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착실하게 정리해 나갔다. 창고가 워낙 넓어서 하루 안에 다 못 끝낼 것 같아 오늘은 삼 분의 일 정도만 정리 하기로 했고 지금 서로가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전부 구분해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지금 쓰이지 않는 것들이었고, 그것들을 전부 정리하기에는 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결국 삼 분의 일도 정리를 하지 못 하고 유세프와 매니저는 쓰이지 않는 물건들을 먼저 정리 하기로 했다. 온전히 쓰이지 않을 것들은 처분하고, 그래도 가끔이라도 쓰일 것들은 새로 구하거나 한다.
그 과정이 보통이라면 매우 지루하겠지만 매니저와 함께해서인지 지루하지 않았다. 열심히 고민하면서 새로운 물건을 가져 와야할지, 혹은 그대로 버려야할지 고민하고 고민해서 몇 개의 물건들은 새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바깥은 이미 어둑해진지 오래였다. 창고 정리의 반의 반도 안 했는데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다니.
“…그러고보니까, 유세프 씨. 저 도와줘도 괜찮은건가요?”
“응. 괜찮아. 무엇보다 내가 매니저를 보고싶기도 하고.”
“……알겠어요.”
아마 매니저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이러는 것이 아닐까싶지만 별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일은 전부 끝났고, 매니저와 같이 있는 시간은 정말로 좋았으니까. 이렇게 연말을 매니저와 같이 보내며 서로 정리하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만약 여기가 지부가 아니라 동거 중인 곳이었다면 더욱 아름다운 연말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유세프와 매니저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물론 둘 다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으나, 둘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맞았다―둘은 서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섰다. 서로 푹 자라고 인사를 하고서 뒤를 돌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향했다. 아마 연말의 일을 전부 마친다면 같이 새해를 지낼 수 있고 새해를 맞을거라 이야기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물론 그러한 생각이 그들의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교제한 기간이 긴 만큼, 서로의 생각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테니까. 새해가 이토록 기다려지는 연말은 서로에게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서로에게 시간을 온전히 쓰겠다고 둘이 다짐하며 연말이 끝나가는 밤은 깊어져갔다.
'네 번째 계절 > 우리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셒매니] [자유주제] 화이트 크리스마스 / 블루베리 (0) | 2020.12.18 |
---|---|
[유셒매니] [첫눈] 첫눈과 나타난 / 오앵 (0) | 2020.12.18 |
[요니매니] [자유주제] 자선행사 / 요니스 (0) | 2020.12.18 |
[엘매니] [자유주제] 눈 오던 어느 날 / 익명 (0) | 2020.12.18 |
[에단매니] [첫눈] 첫눈의 기적 / 아띠 (0) | 202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