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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정표 / L하몽
그것은 명계의 전설로 전해져오는 것.
달의 이정표.
그것은 지금 자신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가게 해주는 이정표.
하지만
자신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난 뒤의 대가는 어마 무시했다.
두 개의 달이 뜨는 날.
우리는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두 개의 달이 뜨기까지의 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 달의 이정표. 그것은 지금 자신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가게 해주는 이정표. 개기일식에 모습을 보인 뒤, 개기월식에 모습을 감춘다. ]
.....개기일식.
...
***
똑똑-
"들어와라냥"
끼익-
탁-
"? 퀸시? 웬일이냥?"
"나비씨, 다음 개기일식 언제야?"
"개기일식?"
"그래! 똑같은 말 두 번 하게 하지 마!!"
"달의 이정표 찾으려는 거면 관두라냥."
"뭐?"
내가 달의 이정표를 찾으려 한간 어떻게 알았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은가?
"달의 이정표를 찾으러 간 사람은 전부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냥."
"..."
순간 달의 이정표의 대가가 떠올랐다.
....대가는 자신의 영혼인건가
"다음 개기일식은 일주일 뒤다냥."
"일주일 뒤?"
"언제인지는 알려 줬지만 달의 이정표를 찾으려는 짓은 하지 마라냥."
탁-
난 문을 닫고 나왔다.
...
달의 이정표만 찾으면 되는데..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왜...
달의 이정표를 찾는 게 두려운 걸까?
그 대가가 무서워서?
죽는게 싫어서?
....
네가 없으면 내 목숨은 필요 없는데 대체 왜...
***
매니저 생활을 끝내고 난 내 동생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왔다.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마당에 꽃도 심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달을 보러 나왔다.
보름달이 유난히 밝아 보였다.
마치... 퀸시의 눈동자를 닮은 것 같았다.
"...그곳에 혼자 두고 온 게 나이면서... 미안하다고, 보고 싶다고 하면 염치없겠지?"
아름다운 호수에 비치는 그림자, 달의 그림자.
"달의 그림자. 저는 생각해요. 두 개의 달이 뜨는 밤.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달빛이 나를 비추었다.
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름다운 별조각들이 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난 생각했다.
난, 영원한 너의 그림자라고.
하나의 달이 비추는 달빛만으론 내가 보이지 않는 거라고,
두 개의 달이 비추는 달빛엔 내가 보일 거라고,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난 언제나 너의 곁에 있다고.
이 말이 너에게 닿길,
간절히 빌었다.
***
넌 지금 어디있을까.
네 이름을 애타게 불러보아도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눈이 날 감싸 안았다.
너무나도 따듯했다.
....
차라리 추워졌으면
널 잊을 수 있을 텐데.
너무나도 따듯했던 너의 목소리, 나를 향한 미소, 네 온기가.
자꾸 떠올라서,
너를 잊을 수가 없었다.
늘 내 곁에 있겠다고 했던 네 말.
전부 거짓말.
차라리 추워졌으면.
처음부터 널 몰랐더라면.
널 죽도록 싫어했으면.
널 죽도록 미워했으면.
이렇게 가슴 아플 일 없었을 텐데.
너와의 모든 순간이 너무나 따듯해서.
널 죽도록 좋아해서.
널 죽도록 사랑해서.
잊을 수가 없었다.
네가 나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
[날 잊고 살아가줘.]
...미안
난 널 잊지 못해.
네가 내 곁에 영원히 있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까,
나도 이번에는 지키지 않으려고.
널 잊지 않을거야.
영원히...
***
달의 이정표, 전설 속에 이야기.
[ 그것은 지금 자신이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가게 해주는 이정표. 개기일식에 모습을 보인 뒤, 개기월식에 모습을 감춘다. ]
...
그걸 찾는다면 널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
시간이 지나, 어느덧 개기일식 날이 되었다.
"달의 이정표는 찾지 말라고 말했는데냥."
"나비씨?"
"그걸 찾는다는 건 네 목숨을 내놓는다는 뜻이다냥."
"...."
널 만나지 못하는데 살아갈 이유가 뭐야?
없잖아.
"정말로 찾을거냥?"
"내가 내 목표 바꾸는 거 본 적 있냐?"
"...알겠다냥. 행운을 빈다냥."
퀸시는 냥선배에게 미소를 보인 뒤, 뒤돌아 지부를 나섰다.
***
매니저는 해가 지고 있는 석양을 보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을 때, 일식이 시작 되었다.
매니저는 달에 의해 빛을 세상에 비추지 못하는 태양에게 빌었다.
달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려놔 달라고,
달의 이정표가 세상에 모습을 들어내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태양은 달에 의해 거의다 가려졌고,
세상은 금세 어두워졌다.
퀸시는 절망했다.
'곧 있으면 일식이 끝난다.'
포기하고 싶었다.
전설 속에 이야기라 진짜로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걸 찾으려고 노력해봤자 바뀌는 건 없을 텐데.
.....
하지만 퀸시는 매니저가 너무 보고 싶었다.
퀸시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또 한걸음, 다시 또 한걸음.
퀸시는 뛰었다.
일식이 끝나기 전에 달의 이정표를 찾아야 했다.
***
매니저의 바램은 끝내 태양에게 닿지 못했다.
매니저는 절망했다.
퀸시가 그걸 찾을 거란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
퀸시는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퀸시가 늦었다.
일식이 시작된 것이었다.
퀸시는 빌었다.
제발 달의 이정표를 찾는 걸 도와달라고.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졌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약해진 그 순간,
퀸시의 눈앞에서 빛이 솟아났다.
퀸시는 그 빛에게 다가갔다.
그곳에는,
달의 이정표가 있었다.
퀸시는 그 이정표를 따라갔다.
***
매니저는 일식이 빨리 끝나길, 퀸시가 달의 이정표를 찾지 못하길 빌었다.
또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겪기 싫었다.
'제발... 일식이 빨리 끝나길...'
***
얼마나 달렸을까.
일식이 끝나감과 동시에, 달의 이정표도 점점 모습을 감추었다.
퀸시는 더욱더 빨리 달렸다.
숨이 찼다.
그래도 달렸다.
일식이 끝나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그때 갑자기 퀸시는 발걸음을 멈췄다.
'....대가가 생명이라면 만약, 정말로 만약에 먼 미래에 매니저가 날 그리워할까? 그리워한다면, 넌 어떻게 행동할까.'
....
'나처럼 달의 이정표를 찾을까?'
퀸시는 망설였다.
퀸시는 매니저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매니저가 우는 건 싫었다.
매니저가 아파하는 건 싫었다.
하지만 퀸시도, 마음먹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렸다.
보고 싶은 건 보고, 가고 싶은 곳은 가야 했다.
퀸시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달리지 않았다.
천천히 걸었다.
퀸시는 늘 그랬다.
누군가가 당황하고, 화내는 모습을 즐겼다.
매니저가 당황해하는 표정을 보고 싶었다.
되게 웃길 것 같거든.
***
일식이 점차 끝나갔다.
매니저는 안도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을 일이 없어졌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기 전까진...
"매니저!!!!!"
매니저는 들고 있던 시계를 놓쳤다.
시계는 칼바람이 불어오는 겨울바다의 모래에 떨어져 모습을 감추었다.
***
퀸시는 매니저의 모습을 보곤 매니저에게 달려갔다.
"매니저!!!!!"
매니저는 당황한 표정으로 퀸시를 바라봤다.
딱 퀸시가 원했던 표정이였다.
두 사람에겐 정적이 흘렀다.
오로지 파도 소리만 들렸다.
퀸시는 매니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매니저는 퀸시를 끌어안고 울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곧 있으면 끝날 것을 알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밤이 깊어져갔다.
태양은 점점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바다는 루비처럼 붉게 빛났다.
곧 바다는 파랗게 달빛에 비춰졌다.
두 사람에겐 달빛이 비춰져 그림자가 생겼다.
그 순간,
퀸시는 점점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매니저는 퀸시를 붙잡았다.
날 떠나지 말라고.
퀸시가 말했다.
"안 떠날게."
거짓말.
매니저는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지금 자기를 떠나고 있으면서.
어떻게 안 떠나겠다는 건데....
쏟아지는 눈물이, 샐 수 없는 아픔이,
매니저에게 다가왔다.
퀸시는 매니저에게 웃어 보였다.
매니저도 퀸시에게 웃었다.
마지막을 웃으면서 보내주기로 다짐했지 때문이다.
그리고 퀸시는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
매니저는 주저앉았다.
이제 정말로 자신을 떠나갔다.
그때, 달빛이 매니저를 다시 한번 비췄다.
매니저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리고 울었다.
그곳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자신을 안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예전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올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에겐, 죽음은 또 다른 위대한 모험이란다."
매니저는 생각했다.
퀸시는 내 곁에 언제나 있다고,
퀸시는, 위대한 모험을 하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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