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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과 따뜻한 겨울 / 엘프리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새벽 5시,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여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고, 여자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여자가 말했다.
“아이......씨, 깜짝 놀랐네.....야, 그만 좀 나오라고, 그만 좀.....너 나 죽일라고 작정했냐?!! 잠 좀 자자고 제발!!!!!!!!! 노래도 겁나 못하는게!!!!!!!!!!!!!!!!!!”
그녀는 새벽부터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 화를 냈다.
그녀의 이름은 매니저였고, 그녀는 어느 작은 연예기획사의 심사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본래 이름은 박너였는데,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의 이름은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때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가수,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그 이름 때문인지 그녀는 어려서부터 작사, 작곡에 재능이 있었고 연예인이 된 후에는 자기 곡의 작사, 작곡을 모두 직접 할 정도였다. 매니저가 앨범을 냈다 하면 앨범 판매 시작 1일 만에 500만 장이 팔릴 정도였으며 심지어 유명 아티스트나 프로듀서랑 콜라보를 했다 하면 실검 1위에까지 그 이름이 올라갈 정도였다. 심지어 173cm의 장신에 외모까지 출중했던 그녀는 배우 일도 몇 번 했었다. 매니저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꽃길만 걸으며 보냈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난 후, 그녀는 유명소속사의 가수와 배우 활동을 사실상 퇴출당하고 작은 회사의 심사위원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녀가 잘나가던 톱스타에서 추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매니저에게는 두 가지 단점이 있었다. 첫째는 바로 타고난 실력으로 빠른 시간에 스타덤에 오른 탓에 자신의 인기에 너무나 기고만장한다는 것이었다. 한 번은 방송에서 매니저에게 팬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매니저가 답했다.
“팬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가 재능 있고 잘나가니까 알아서 돈 갖다 바치고 그러는 거죠. 그 사람들이 날 사랑해준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죠?”
이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매니저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지만, 그녀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설을 엄청 세고 심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매니저는 그동안 톱스타답게 여러 오디션 프로에도 출연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독설을 엄청 심하게 하기로 유명했다.
“저기요, 웬 대벌레가 숲이 아니라 오디션장에 계세요? 춤을 추는 내내 상체랑 하체가 다 따로 놀아서 사람인지 대벌레인지 헷갈렸어요.”
“이건 뭐....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람이 노래하는 건지.....풀벌레가 우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노래를 하나도 못 들었으니까, 이번 무대는 없던 걸로 하죠.”
그녀의 독설을 듣고 울면서 무대를 떠나는 참가자가 한둘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12월 어느 날 오디션 프로가 또 열렸는데, 유정미라는 15살 학생이 참가자로 출연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유명 아이돌 가수 주혁이 말했다.
“유정미 학생, 시작해주세요.”
“아, 네.”
노래 전주가 흘러나오고, 정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불어 후후,
빨간 불티야,
내 마음도 너 같아,
타오를 듯 위험한......”
그런데 음정이 약간 불안정했다. 동시에 음악을 듣던 매니저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정미가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제 타¿¿¿¿¿이밍이야, 눈 뜰¿¿¿¿¿새벽이야,
불티를 깨워~~~~~”
하지만 정미는 긴장한 탓에 음정이탈까지 났고, 드디어 하이라이트 부분에 다다랐다.
“더 타올라라 후¿¿¿¿¿~~~~후후후~~~~
꺼지지 않게~~~~
붉디붉은 채~~~~
더 크게 번져 후¿¿¿¿¿~~~후후~~~
지금 가장 뜨거운~~~~~”
하이라이트 파트에서도 실수를 하는 정미를 보자, 매니저의 표정은 완전히 썩었다.
“새 불티야 불티야 춤추듯 온몸을 살라,
새 불티야 불티야 꺼지지 말고 피어나......”
드디어 정미의 노래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정미 학생은 비록 음정은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음색은 좋네요. 저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10점 드리겠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정미 학생의 음색에선 어리숙해 보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습니다. 저도 10점 드리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정미 학생에게 10점 드리시지만, 저한테는....죄송하지만 정미 학생의 노래가 비교적 좋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열정만은 인정하니, 저는 7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매니저의 차례가 되었고, 만약 매니저가 이때 점수를 3점만 더 준다면 정미는 오디션 예선 합격이었다. 매니저가 말했다.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안 들리세요?”
“네....??”
“저기, 지금 방송 중이네. 말 좀 가려서 하게.”
“???!!!!”
매니저의 한마디에 매니저를 제외한 오디션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고,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말을 가려서 하시라뇨? 저는 여기 참가자들을 심사하러 왔지, 이딴 개소리나 듣자고 여기 온 게 아니에요. 저는 정미 학생의 노래가 너무나 형편없었어요. 듣는 내내 인상이 찌푸려졌다고요. 심지어 여기를 나가고 싶다 못해 여기 온 게 후회될 정도로요. 정미 학생의 무대를 볼 바에는 유튜브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게 낫겠어요.”
“아, 아니! 그래도 저 친구는 환경 열악한 시골에서 피땀나게 열심히 준비해서 지금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치르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험한 말은 그만 해요.”
하지만 매니저는 동료 연예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최종점수를 매겼다.
“아, 쟤가 시골에서 왔다고요? 그럼 시골에서 똥개 한 마리가 오디션장에 난입했나 보네요. 저는 오늘 개보다도 못한 실력을 보여준 유정미 학생에게, 0점 드리겠습니다.”
순간 그것을 본 정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동시에 탈락이라는 글자가 무대와 무대 바닥에 크게 나타났다. 얼어버린 정미에게 또다른 심사위원이 말했다.
“.....아....안타깝지만.....정미 학생은 탈락입니다. 정미 학생은 비록 실력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 열정만은 높이 평가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아.....네......”
정미가 눈물을 삼키며 무대에서 퇴장하고, 그렇게 어찌저찌 해서 녹화가 끝났다. 녹화가 끝나자 동료 연예인들이 회의실에서 매니저에게 한마디씩 했다.
“당신, 진짜 왜 그러세요? 아까 말이 좀 심했어요. 당신 눈에는 오직 실력만 중요하고 저 아이의 열정과 그동안 해왔던 노력은 안 보이냐고요?”
“말이 심했다니요? 저는 제 눈에 보이는 대로 솔직하게 평가했을 뿐이에요. 제 눈에 그렇게 보이는 걸 어떡하라고요. 사람마다 보는 관점 다를 수 있잖아요.”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지! 아무리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곤 하지만, 사람마다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잖아!”
“하, 이 사람들이....피곤하게 오늘따라 왜 이래? 나도 저 실력없는 참가자들 독설 날려주느라 입 아파 죽겠다고. 그러니까 제발 그만 좀 해.”
동료 연예인들이 매니저의 거만한 태도를 고치려고 해봤지만, 매니저는 단호박이었다. 결국 그 누구도 매니저를 말리지 못하자 동료 선배 연예인, 성일이 매니저에게 한마디 했다.
“당신, 그래. 당신이 아까 무대를 보았던 관점이 뭔지도, 당신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다 알겠어. 하지만 이것만은 꼭 명심해두게. 만약 당신의 그 기고만장한 태도와 남을 무시하는 버릇 계속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당신 앞에는 태양은커녕 먹구름밖에 끼지 않을 테니까.”
선배의 말에 드디어 폭발한 매니저가 벌떡 일어서서 말했다.
“제 앞에 태양이 뜨든 먹구름이 끼든, 제 앞길은 제가 개척하니까 선배님은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너는 회의실을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회사로 한 전화가 걸려왔다. 매니저가 먼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혹시 매니저 씨 좀 바꿔드릴 수 있으신가요?”
“아.....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만.....”
“매니저 씨에게......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진짜 중요한 일이라서......”
“흠.....알겠습니다.”
매니저는 매니저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고, 매니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혹시.....매니저 씨, 맞으시죠?”
“아....!! 네, 맞아요. 그런데 누구신데 저한테 전화를 거셨어요?”
“저.....오디션 나갔던 유정미 학생 엄마인데요......”
“아.....!! 정미 어머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너 죽이려고.”
“네? 정미 어머님? 그게 무슨 말ㅆ......”
“우리 정미 죽였으면, 너도 똑같이 죗값을 받아야지.....?”
“네.....?? 정미가.....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
“이 살인자야!!! 너 때문에 우리 딸이 죽었어!!!!! 네년이 방송에서 우리 정미한테 독설 쎄게 해가지고 우리 정미가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못 자다가 결국 자살했다고!!! 우리 정미 어떻게 할 거야!!!!! 정미 살려내!!! 살려내라고!!!!!!!”
“아......저기.......그게........”
정미 엄마가 울면서 소리지르자, 매니저는 아무 반박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 얼어버렸다.
그때 매니저를 발견한 경호원들이 황급히 전화기를 뺏어 전화를 끊었고, 경호원이 물었다.
“매니저 씨, 괜찮으십니까?”
한 경호원은 매니저를 달래려는 듯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해주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매니저가 손과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네가.....네가 뭔데 나를 내쫒아.....?? 나처럼 능력도 없는 주제에......”
어리둥절한 경호원이 말했다.
“네.....? 그게.....무슨 말씀.....”
매니저가 소리를 질렀다.
“네가 무슨 권리로 나를 내쫒냐고!!!!!!!!!!!!!!!!!!!!!!!!!!!!!!!!!!!!!”
이 사실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고, SNS는 벌써 매니저 기사로 꽉 찼다.
“가수 매니저, 오디션 프로에서 심한 독설로 참가자 죽여”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안 들리세요?” 매니저, 오디션 프로에서 참가자에게 막말에 가까운 독설....결국 참가자 자택서 자살”
그리고 그 밑에는 댓글도 엄청나게 달렸다.
-님들아그거들었냐매니저가TV프로에서독설심하게했다가여자애한명죽임;;;그여자애밥도잘못먹고잠도잘못자다가자기방에서목매단채발견됐다더라
-헐 레알? 매니저원래독설심하게하기로유명하잖아 근데그걸로이번에애한명죽였다고? 미친개¿¿¿졌다......매니저고소먹는거아냐?
↳안그래도이번에 그죽은여자애엄마가 매니저 고소먹였대 그래서 매니저지금 연예계퇴출운동일어나고난리남¿¿¿
-헐미친.....매니저전에도독설심하게했다가참가자랑싸운적있었잖아진짜매니저저아¿¿¿리꼬맬수만있다면꼬매버리고싶다¿¿¿¿¿¿
-매니저진짜웃겨나예전부터쟤물의터질거알고있었다진짜매니저저아¿¿¿리좀¿¿¿¿¿¿¿¿하면안되나매니저걍차에치여죽어버려라¿¿¿¿¿¿¿
-쟤연예인병도있다매??팬이싸인해달라했는데 걍 쌩까고지나감;;;와개웃기네저딴¿¿¿가무슨연예인을하겠다고;;;;걍¿¿¿¿해버려라
-이름도¿¿¿¿¿¿같은게어디서연예인질이야매니저걍¿¿¿¿¿¿하고다시는연예계안왔으면좋겠다
매니저죽어버려지옥이나가버려뒤져버려악플악플악플악플악플악읖ㅇ러ㅏㅣ나ᅟᅥᆺㅇ른야ㅣㅏㅇ나ᅟᅥᆷㅎ김ㅁ밋히ㅑ.......
상황이 더 커지자 매니저가 주연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도 매니저를 탈락시키고 다른 배우를 기용했고, 매니저를 광고 모델로 쓴 기업들도 매니저가 찍은 포스터들을 모두 내리고 매니저가 광고한 상품들도 모두 폐기할 정도였다. 동네 쓰레기통에 매니저가 광고한 상품들이 있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이렇게 매니저의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땅바닥, 아니 땅바닥을 뚫고 땅속 지옥까지 완전히 떨어졌다. 매니저의 포스터나 상품들은 눈밭 위에 처참하게 굴러다녔다.
결국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직접 자필 장문 사과문을 작성했다. 자신의 심한 독설 때문에 죄 없는 일반인이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늘에서도 편하게 지내지 못할 정미한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그리고 자신은 1주일 후 연예계를 나가겠다고. 그녀는 사과문을 다 작성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이상했다. 분명히 보일러를 틀었는데 이상하게 남극 북극만큼 추웠다.
하지만 매니저는 절대 인정하기 싫었다. 감히 타고난 실력으로 올라와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나를 떨어뜨려? 매니저는 마음 같으면 이 회사를 다 때려 부수고 싶었다.
결국 동료 선배의 말대로 매니저는 자신의 인기에 자만하다가 결국엔 먹구름을 맞고 말았다. 회사를 나가려 짐을 정리하던 매니저에게 소속사 사장이 와서 말했다.
“매니저 씨, 하지만 제가 볼 땐 당신의 재능이 아까워요. 당신은 비록 범죄자지만 저는 매니저 씨의 재능을 그냥 썩히기는 너무나 아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 번 일자리를 알아봐 줄게요.”
운 좋게도 그녀는 코딱지만한 소규모 연예기획사인 AL엔터테인먼트에 심사위원으로 취직하게 되었고, 더 다행인 것은 AL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누구든 캐스팅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범죄자나 전과자까지도. 하지만 회사에 실제 범죄자나 전과자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AL엔터테인먼트에 심사위원으로 캐스팅되었고, 드디어 첫 출근날, 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억지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앞으로.....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생각했다. 복귀할 거야. 반드시 복귀해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를 거야.
‘두고 봐. 내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서.....연예계 다시 주름잡을 거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2년 후, 너는 연예계에 있을 때처럼 심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단지 연예계에 있을 때와는 달리 2년 동안 하루 세끼 편의점 삼각김밥과 컵라면만 먹은 것과 알바를 3개씩 뛰게 된 것을 제외하면.
그리고 너는 매일 밤 악몽을 꿨다. 꿈에서 정미가 피눈물을 흘리며 도끼를 들고 자신을 쫓아왔다.
“매니저....네가 감히 나를 탈락시켜?!! 내 목소리가 개 짖는 소리라고??!! 좋아. 진짜 개 짖는 소리 한번 들려줄게, 내 도끼에 찍혀 어디 한번 개처럼 울부짖어 봐!!!!!!!!!!!!!!”
“미안.....미안해 정미야......내가 잘못했어.....정말, 정말 미안해.....!!! 그러니까 제발 목숨만은......!!! 제발, 제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매니저는 2년 동안이나 이 악몽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정미에 대한 증오심과 연예계에 대한 미련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아이......씨, 깜짝 놀랐네.....야, 그만 좀 나오라고, 그만 좀.....너 나 죽일라고 작정했냐?!! 잠 좀 자자고 제발!!!!!!!!! 노래도 겁나 못하는게!!!!!!!!!!!!!!!!!!”
매니저는 그대로 흐느끼며 울었다.
어느 날, 매니저는 평소처럼 퀭한 눈으로 출근했다. 동료 연예인이 매니저를 보고 말했다.
“아, 매니저 씨, 안녕하세요.”
매니저는 평소처럼 그냥 인사 대충 하고 넘어가려 했다.
“안녕하세요.....”
동료 연예인이 말했다.
“참, 매니저 씨 그거 들었어요? 오늘 회사에 ‘PPM’ 찍을 연습생들 오디션 있대요.”
“PPM.....이요?”
최근 대형 연예기획사는 다른 중소기업들과 협력해 PPM(Pls pick me)이라는 예능을 기획 중이었는데, 연습생 심사는 AL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되었다.
“네, 그래서 매니저 씨가 그 아이들 좀 평가 잘 해서 우리나라 대표 아이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아......네.”
‘아.....왜 오늘 오디션이 있는 거야, 귀찮게......안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매니저는 귀찮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매니저는 심사를 하러 심사석에 앉았다.
오디션이 시작되고, 다 그저 그런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그때마다 매니저는 대충 호평과 혹평을 하고는 그냥 넘겼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참가자가 무대로 올라왔다. 그의 이름은 시안이었고 올해 21살, 연습생치고는 나이가 꽤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시안은 키가 작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지원한 연습생들 중에서도 최단신이었다. 시안이 밝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다른 심사위원들과의 몇 마디 대화를 한 후, 준비해온 무대를 보여주었다.
시안은 마크 론슨의 ‘Uptown Funk’라는 노래 안무를 준비해왔다.
노래가 시작되자 시안은 서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른 심사위원들은 물론 피곤해하던 매니저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안무 파트가 나왔고, 좀 전까지 리듬을 타던 시안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진지하던 눈빛이 갑자기 개구쟁이처럼 변했다.
“Stop,
Wait a minute,
Fill my cup put some liquor in it
Take a sip sign a check
Julio Get the stretch!”
그러다가 시안은 갑자기 차례차례 심사위원을 향해 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I'm too hot, hot damn!
Called a police and a fireman,
I'm too hot, hot damn!
Make a dragon wanna retire man,
I'm too hot, hot damn(hot damn!)
Bitch say my name you know who I am,”
그리고 시안은 곧이어 매니저를 향해서도 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I'm too hot, hot damn!
Am I bad 'bout that money
Break it down......”
그러다가 시안은 순식간에 쭈그려 앉더니, 서서히 일어났다.
Girls hit your hallelujah whuoo
Girls hit your hallelujah whuoo
Girls hit your hallelujah whuoo
'Cause Uptown Funk gon' give it to you
시안은 능글맞은 표정 연기를 하며 유연하게 몸을 돌렸다.
'Cause Uptown Funk gon' give it to you
'Cause Uptown Funk gon' give it to you
Saturday night and we in the spot
Don't believe me just watch, come on!”
시안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고, 심사위원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시안은 앞뒤랑 사방으로 마이클 잭슨만큼 빠른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이제 시안의 안무는 마무리에 다다랐다.
“Don't believe me just watch
Don't believe me just watch
Don't believe me just watch
Hey hey hey oh!”
드디어 안무가 끝나고, 시안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긴장했다. 만약 떨어지면 어쩌지, 연습 때보다 훨씬 못했어, 떨어지면 안 돼. 제발 붙어야 해....!!!
우선 다른 연예인들의 심사 평가가 시작되었고, 평가는 대부분 호평에 극찬이었다. 시안은 그걸 들을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드디어 매니저의 심사 차례가 되었고, 시안은 그 어떤 때보다 긴장했다. 매니저는 평소 악명 높고 센 독설가로 유명했다는 걸 시안도 알았으니까. 아, 만약 저 사람이 나한테 그 누구보다 세고 심한 독설을 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동시에 떨어지면 어떡하지. 시안이 초긴장한 가운데, 드디어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만약 제게 시안 씨와 마크 론슨 씨의 안무, 둘 중 누가 더 잘 췄는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200% 시안 씨를 선택할 거에요.”
‘어......?!!’
시안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 1000% 확률로 독설을 할 줄 알았던 매니저가 오히려 극찬을 하다니. 매니저가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심사위원을 하면서 이 안무를 추시는 많은 분들을 봐왔지만, 이렇게 각 노래 파트마다 동작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안무 특유의 능글능글함과 유연성을 매우 잘 살리시는 분은 처음 봤어요. 심지어 아까 ‘I’m to hot, hot Damn’ 파트에서 심사위원분들을 심사위원이 아닌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겁없이 손가락을 세우기까지 하는 대담함까지, 그리고 그 손가락이 저를 향했을 때, 저는 이미 시안 씨를 우리 회사로 캐스팅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저는 오늘 너무나 멋진 무대 보여주신 시안 씨를 당장 이곳으로 들이고 싶습니다.”
심지어 독설가로 유명했던 매니저까지 극찬을 하자, 시안은 그대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가 울면서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시안 씨는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시안이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감사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PPM에서 실력이 우수한 연습생들이 모여있는 A조로 배치되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매니저는 회의를 하러 회의실로 가고 있었다.
그때, 너는 어떤 여자와 어깨를 부딪쳤다.
“아......!!”
“앗....!! 죄송합니다.....”
순간 여자가 정색하며 말했다.
“아....씨, 이 회사 자기만 쓰나.”
그 순간, 너도 기분이 나빠져서 여자한테 말했다.
“저기요,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에요?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잖아요. 어깨가 부러지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여자가 말했다.
“이거 오늘 드라마 촬영 때 입어야 하는데 당신 때문에 먼지 한 톨이라도 묻으면 책임질 거야? 아.....진짜 기분 개같네.”
그때, 옆에서 경호원이 걸어와 말했다.
“박수결 씨, 가시죠, 촬영시간 다 됐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경호원을 한번 돌아보고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리고 여자는 경호원과 함께 또각또각 걸어갔다.
매니저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이 여자와 많은 트러블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매니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다음 날 PPM 촬영 중, 매니저는 시안을 비롯한 A조의 실력을 평가했다. A조는 인기 아이돌 빅스의 노래 ‘사슬’ 안무를 연습하고 있었다.
“손을 들어 난 Freeze! Armor Down!
Nananana Nanana Nanana
날 차갑게 내쳐도 괜찮아,
떠날 수 없어 Chained up Chained up”
그런데 어째 안무가 영 아니었다. 리더인 시안을 제외하면 다 안무 동선이 하나도 안 맞고 안무 동작도 엉망이었다. 이런 풍경은 매니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매우 충분했다.
매니저가 지시했다.
“다시 해.”
“다시.”
“다시!”
하지만 연습생들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매니저는 화를 못 참고 지시했다.
“야, 라디오 꺼봐.”
겁먹은 한 연습생이 라디오를 껐고, 매니저가 연습생들에게 말했다.
“너네 지금.....너무 형편없어. 너네 이렇게 대충 할 거야?”
시안을 포함한 연습생들이 모두 다 긴장했다. 만약 전성기 때의 매니저였다면 이미 심한 독설이 나가고도 남았겠지만,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독설을 해버리면 아예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일 것이기에 참았다.
‘침착하자. 심한 독설을 하면 안 돼.’
그녀가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너네가 나한테 갖고 있던 실력을 보여줬던 건지, 아니면 내 앞에서 펭귄 걸음걸이를 흉내내고 싶었던 건지 구분이 안 됐다. 너네 연습 시간 동안 뭐했어? 혹시 이거 전력으로 한 거야?”
그러자 초록 머리를 한 연습생이 말했다.
“저희.....진짜 열심히 연습했는데.....저희 전력의 80%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매니저는 너무 어이없어서 순간 하,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매니저가 말했다.
“80%? 80%가 무슨 동네 개 이름인 줄 알아? 너네가 한 120~150%로 해야 무대 때 한 80% 나와. 너네 실력 좋다고 소문 자자하던데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연습생들은 모두 겁먹은 눈치였고, 매니저가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만약 3일 후에도 너네가 실력이 지금 이대로라면 나는 무조건 너희가 꼴찌임과 동시에 전원 탈락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
심사 평가가 끝나고, 연습생들은 모두 하나같이 걱정을 하며 울었다.
“야, 우리 이러다 예선 탈락하면 어떡하지? 나 진짜 너무 걱정돼......”
“아.....미치겠네......!! 우리 이번에 못하면 바로 탈락이잖아.....진짜 어떡해.....!! 훌쩍......”
“형.....나 진짜 울 거 같아.......나 이번에는 꼭 통과하고 싶은데.....나 너무 무서워.....우리 이러다가 탈락하면 어떡해.....훌쩍.....흑.......”
연습실 안에 있던 연습생들 대부분이 절망하고 있었던 그때, 시안이 말했다.
“야, 너네.”
“어.....?”
“형.....”
“어.....?”
“너네는 먼저 집에 가라. 나는 할 일이 좀 있어서.”
“시안....형!”
“시안 형......??”
그날 밤, 모든 사람들이 퇴근하고 매니저도 슬슬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어....? 누구지.....?”
매니저는 몰래 음악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시안이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다. 시안은 거의 땀으로 샤워를 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땀범벅이 되어있었고 어렵거나 자꾸 틀리는 부분을 몇 번이고 춰보면서 연습을 했다. 매니저가 시안의 동작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거의 원곡 가수의 안무를 복사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완성되어 있었다. 매니저는 시안이 안무 연습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넋 놓고 지켜보다가, 시간이 늦은 걸 보고 나갔다.
다음 날, 시안은 동생들에게 자신이 밤새 연습한 안무를 전수했다. 안무를 전수할 뿐만 아니라 동생들 자세까지 꼼꼼하게 코치해줬다.
“자, 성찬이는 발 위치가 안 맞아. 발을 오른쪽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래쪽으로 하는 거야. 민규는 손발이 따로 놀고 있잖아. 손발이 이렇게 같이 나가야지.”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안이 자세를 잡아주고 안무까지 꼼꼼히 가르쳐 주자, 동생들의 실력이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한 3일 후, 재평가가 있었다. 시안과 연습생들은 준비해온 안무로 무대를 멋지게 장악했고, 다른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무대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
심지어 아무리 눈이 높고 냉철하기로 유명했던 매니저마저 이번만큼은 눈이 휘둥그레해진 채 무대를 보았고, 무대가 끝나자 말했다.
“너네.....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실력이 는 거야?”
그러자 초록 머리 연습생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건 모두 시안 형 덕ㅂ.....”
그때, 시안이 한 손으로 그 연습생의 입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을 가리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단.....단지 우리들의 팀워크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죠. 저희는 새벽까지 남아 함께 열심히 연습했어요.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하지만 매니저는 알 수 있었다. 시안은 그날 밤 퇴근하지도 않고 안무를 어려워하는 동생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안무를 쉽게 추는 방법을 연구해서 동생들에게 가르쳐줬다는 걸. 순간 그녀는 잠깐 놀란 듯한 표정을 짓다가 표정을 풀고 말했다.
“좋아. 그럼 A조 이제 들어가도 돼.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A조가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순위 발표식에서 A조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사회자가 리더인 시안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집으로 퇴근한 매니저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4일 전 밤늦게까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안무연습을 했던 시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았다. 매니저가 순간적으로 중얼거렸다.
“연습생이지만 멋있다.....”
순간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아, 안돼.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걔는 그냥 연습생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때 시안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매니저는 지난날의 자신이 떠올랐다.
“저기요, 웬 대벌레가 숲이 아니라 오디션장에 계세요? 춤을 추는 내내 상체랑 하체가 다 따로 놀아서 사람인지 대벌레인지 헷갈렸어요.”
“이건 뭐....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람이 노래를 하는 건지.....풀벌레가 우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는 노래를 하나도 못 들었으니까, 이번 무대는 없던 걸로 하죠.”
“어디서 개 짖는 소리 안 들리세요?”
순간 매니저는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참가자들의 실력만 봤고 그동안 그 실력을 쌓기 위한 참가자들의 노력은 철저히 무시한 채 회사원들을 뽑았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래, 내가 연예계에서 쫓겨난 이유 중 하나가 뭔지....조금은 알 것 같아.’
매니저는 흘러내리는 시안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그동안 오디션 참가자들이 해왔던 노력은 전혀 생각 안 하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사람들을 평가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반성했다. 그와 동시에 오늘 무대가 끝나고 시안이 흘렸던 땀방울이 이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매니저는 얼굴이 빨개졌고, “아, 몰라!” 하면서 배개를 던져버렸다.
그 후로도 매니저는 시안을 평가하고,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하루는 매니저가 출근하다가 지하철에서 시안을 봤는데, 그때 어떤 팬 두 명이 시안을 알아보고 다가온 것이다. 한 명은 시안에게 사인해 달라고 종이를 건네자 시안은 방긋 웃으며 팬에게 사인을 해줬다. 그리고 또 한 팬은 시안에게 “야! 라고 해도 돼?”를 해달라고 말했더니 시안은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부끄러워하며 팬이 원하는 걸 해줬다. 만약 전성기 때의 매니저였다면 팬을 돈 대주는 기계로만 생각하고 대충 사인해주고 무심하게 넘겼을 텐데, 시안은 그랬던 매니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거기다 데뷔하고 싶다는 간절함까지. 매니저는 그걸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팬들에게 무심하게 대했는지 깨달았다.
배워야 할 사람은 시안이었지만, 정작 배우고 있는 사람은 매니저였다. 그리고 매니저는 비록 심사위원이었지만, 점점 시안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연습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매니저는 시안을 따로 불렀다.
“시안, 잠시 옥상으로 따라와. 할 말이 있어.”
“네? 아, 네.....”
시안은 매니저에게 이끌려 옥상으로 갔다. 옥상으로 가는 와중에도 시안은 생각했다. 뭐지?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아니면 혹시 내가 너무 못해서 퇴출시키려는 건가.....? 온갖 생각이 시안의 머리를 채워가던 와중 둘은 옥상에 도착했고, 매니저가 말했다.
“시안, 할 말이 있어.”
“뭔데요.....? 혹시 제가 뭐 잘못이라도......?”
매니저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내가 며칠간 시안이를 지켜본 결과, 시안이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네.....?!!”
시안이 당황하며 얼굴이 빨개지자, 매니저가 말을 이었다.
“<Chained up>할 때도 동생들 실력 엄청 는 것도 다 시안 연습생이 밤늦게까지 안무 혼자 연습해서 동생들이 배우기 쉽게 가르쳐준 것도 다 알아, 그때 선생님이 시안이 밤늦게 춤추는 거 지켜봤었어. 원곡 안무를 카피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너무 잘 췄더라. 그리고 한 번은 시안이가 지하철에서 팬들 마주쳤을 때도 있었지?”
“네.....”
“그때도 시안이가 팬들한테 사인해주고 팬들 해달라는 거 다 해줬잖아. 선생님 그때 시안이랑 같은 지하철 탔었거든? 솔직히 선생님은 그때랑 그때 시안이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선생님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도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네. 선생님께서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뭔진 모르겠지만.....감사합니다.”
“흠.....그리고 이런 말은 시안이에겐 좀 많이 실례일 수도 있겠지만......선생님이 집에서도 시안이 생각을 엄청 많이 했어. 선생님 머릿속에서.....시안이가 떠나지 않았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선생님은 시안이랑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네.....?!!”
“선생님도 데뷔 초기 때 팬들이랑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 못되게 굴었었는데, 시안이를 만나고 시안이를 보면서 선생님은 선생님이 했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어. 그리고 시안이가 선생님이랑 동갑이라서 더더욱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비록 지금은 나는 프로듀서고 넌 연습생이지만.....시안이만 괜찮다면.....선생님이 시안이랑 친구처럼 지내도 될까?”
시안이 말했다.
“어.....쌤이 데뷔 초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좋아요. 선생님이 연인도 아니고 친구처럼 지내자는데 그거야 당연히 들어드릴 수 있죠.”
“진짜? 고마워, 시안. 우리 이제 동갑내기 친구다.”
“단, 조건이 있어요.”
“뭔데?”
“저도 선생님처럼 선생님한테 반말 써도 될까요? 우리 이제 친구잖아요.”
“좋아! 그거야 문제없지. 대신 다른 애들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이거 들키면 나뿐만 아니라 네 이미지에도 타격 가니까.”
“알겠어요.”
“좋아. 그럼 이제 가봐.”
그렇게 시안과 매니저는 같이 옥상을 내려갔다.
그 후 시안과 매니저는 사적인 자리에선 정말로 친구처럼 지냈다. 시안도 매니저에게 반말을 쓰기 시작했고, 심지어 시안이 매니저를 그냥 ‘매니저’나 ‘야’라고 부르는 장면도 포착되었다. 친구처럼 서로 장난도 치고, 티격태격하며 재미있게 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 연습생들이 다 퇴근하고 연습실에는 늦게까지 연습하고 싶은 시안과 그런 시안의 보컬과 안무를 봐 줄 매니저만 남은 상태였다. 시안이 잠시 화장실 간 사이 매니저는 이제 자기도 시안과의 마지막 연습을 준비하고 퇴근하려다가 발밑에서 뭔가가 발견되었다. 매니저는 하마터면 그것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뭔가 하고 살펴봤더니 공책이었고, 그것은 시안의 것이었다.
매니저는 궁금해서 그것을 펼쳐보았다.
‘너라는 바다, 나는 그 물에 잠겨....’
‘난 너란 산을 오르는 등반가, 난 너란 바다를 항해하는 통통배.....’
매니저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것은 시안의 작사노트였다. 매니저는 시안이 쓴 가사가 아름답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벌써부터 작사까지 하는 시안의 꿈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일찍 들어온 시안이 얼굴이 빨개지더니 허둥지둥 달려와 매니저에게서 작사노트를 뺏었다.
“야!!!! 뭐 하는 거야!!! 왜 남의 걸 맘대로 훔쳐보고 그래!!!!!//////”
“앗....!! 미안.....네가 쓴 가사가 너무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아무튼 이거 절대 보지 마!!!//////”
“흠, 그럼.....연습이나 마저 하고 가자.”
박수결, 그녀는 한창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이자 배우였다. 그녀는 매니저가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후 혜성처럼 등장했고, 뛰어난 노래 실력과 연기력으로 연예계에서도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유명인사였다. 수결의 SNS 계정은 그녀가 첫 데뷔 무대를 끝내고 하루 후 60만 명으로 늘었고, 수결의 팬카페, 홈마, 팬 계정도 줄줄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한 그녀는 매우 도도하고 냉정하기로 유명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녀는 PPM 촬영차 일일 보컬 트레이너 자격으로 스튜디오로 왔다.
“안녕하세요, 매니저 씨.”
“앗, 안녕하세요, 박수결 씨!”
“여기서 제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면 되죠?”
“수결 씨는 저를 도와주시면서 아이들을 코치해주시면 돼요. 따라오세요.”
수결은 매니저를 따라갔다.
그때 그녀는 연습실에서 나오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 시안을 보았다. 순간 수결은 깜짝 놀랐다. 비록 키는 작지만 비율 좋고 날씬한 몸매는 수결의 눈에 그를 요정처럼 보이게 했고, CD만큼 작은 V라인 얼굴, 까칠한 고양이 같은 눈매는 수결을 한순간에 빠져들게 했다. 그녀는 그만 시안에게 반하고 말았다.
‘뭐.....뭐야, 무슨 남자애가 저렇게 예뻐? 지금까지 반반한 연습생 남자애들은 엄청 봤지만 저렇게 예쁜 남자애는 첨 본다.....’
수결은 매니저에게 물어봤다.
“저기.....매니저 씨,”
“네, 왜요?”
“저~~~기 연한 핑크 머리한 남자애.....누구에요? 진짜 예쁘게 생겼네요.”
“어디.....아, 쟤요? 쟤는 시안이에요. 우리 프로에서 제일 뛰어난 A조인데, A조 중에서도 리더에요.”
“헉.....쟤가 제일 뛰어난 조 리더라고요? 멋있네요.”
그가 제일 뛰어난 조의 리더라는 말은 그녀를 더욱 끌어당겼다.
그리고 수결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PPM의 심사위원이 되고 싶다. 그리고 갑자기 매니저가 경쟁상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수결은 어떻게 해야 PPM 심사위원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계획을 세웠다.
다음 날, 수결은 자기 매니저에게 말했다.
“매니저, 오늘 일정은 전부 취소해줘요. 갈 데가 있어요.”
“네, 수결 씨.”
그리고 수결은 재벌인 지인에게 연락해 부탁했다.
“호재 씨, 저 좀 도와주세요.”
수결은 우선 매니저와 시안을 몰래 졸졸 따라다니며 기삿거리가 될 만한 장면을 찾았고, 그러다가 매니저가 시안에게 음료수를 주는 것을 목격했다.
‘뭐야....쟤가 왜 시안이에게 음료수를 줘?! 그래 저거야!’
수결은 매니저가 시안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것을 몰래 찍어 둘의 열애설 기사를 만드려고 했다. 하지만 곧 철수했다. 똑똑했던 수결은 매니저와 시안이 서로 사귄다고 하면 좋아하는 시안에게도 피해가 갈까 봐 결국 ‘매니저가 시안에게 꼬리를 친다’는 기사로 바꾸어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제보자인 척, 꽃뱀을 물리친 영웅인 척, 기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것을 기사로 내보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재벌 친구에게도 도움을 받아 기자들이 여론을 조작하게도 만들었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매니저는 시안의 안무 동작을 꼼꼼히 체크해주고, 시안의 노래 실력을 체크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기사를 낸 지 몇 시간 만에 소문은 빠르게 퍼져 순식간에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뉴스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PPM 코치 매니저, PPM 연습생 시안에게 음료수 주는 모습 목격....혹시 여우짓?”
““자, 음료수 먹어.” 코치 매니저, 연습생 시안에게 음료수 주면서 꼬리치기.....”
당연히 살인자로 낙인 찍혔던 매니저에게는 악플이 엄청나게 달렸고, 더 떨어질 곳도 없었던 매니저의 이미지는 이제 지옥 끝까지도 완전히 뚫어버렸다.
다음 날, 뒤늦게 이 기사를 접한 매니저는 깜짝 놀랐다. 내가 언제 시안이에게 꼬리를 쳤지? 그냥 나는 알레르기 있어서 못 먹는 음료수 시안이에게 준 건데. 그녀는 그날 녹화가 끝나자마자 기자들에게 해명을 했다.
“사실 그것은 저는 못 먹는 음식을 시안 연습생에게 준 것뿐입니다. 저는 사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복숭아 및 복숭아로 만든 음식을 전혀 먹지도, 복숭아를 만지지도 못합니다. 그러니까 부디 괜한 오해는 삼가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하지만 수결은 오히려 매니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그녀의 앞에 실제 복숭아를 들고 와서 먹어보라고 협박을 했고, 수결은 복숭아를 들고 매니저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결국 그녀는 복숭아 털이 날릴까봐 무서워 그 자리를 피했다.
매니저는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 때문에 시안에게도 피해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시안과 점점 선을 긋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딱딱하게 시안을 대했고 사적인 자리도 절대 갖지 않았다. 그리고 시안이 장난이라도 치려 하면 매니저는 단호히 거절하고 선을 그었다.
시안도 티는 안 내고 있었지만, 몹시 당황스러웠다. 자기랑 친구로 지내자고 먼저 제안했던 매니저가 왜 갑자기 자기랑 선을 긋는지. 그러다가 팀 멤버인 수혁이 그에게 매니저 기사를 알려주었고, 매니저가 해명하는 영상까지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시안은 매우 당황했고, 동시에 두려움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매니저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시안은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야 매니저
-이따가 해변앞에서 나랑 얘기 좀 하자
오후 5시, 시안은 해변에서 매니저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저벅저벅, 저 멀리서 걸어오는 매니저가 보였다.
“왔구나.”
매니저가 말했다.
“시안.....”
시안은 그동안 쌓였던 답답함을 모두 토로하듯, 매니저에게 말했다.
“너 요즘 왜 그래? 예전의 그 기 세고 자존심 강하던 매니저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힘없는 모습으로 있는 거야?”
그러나, 매니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방금 답답함을 털어놓은 시안을 오히려 더 답답해지게 하기 충분했다.
“아무래도.....나는 안 되겠어.....”
“나는 두려움에 맞설 자신이 없어. 복숭아 털에도 쪼는 애가 어떻게 두려움에 맞서겠다는 거야.”
“그럼 혹시 너 진짜로 나한테 꼬리치려고 음료수 준 거야?”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수결 씨가 누명 씌운 거라는 것도, 다 알고 있어.”
“그래, 너도 네가 누명 쓴 거 아네! 그럼 이제 제대로 해명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잖아. 그런데 왜 누명을 안 벗는 거야?”
“나는 걔 상대가 안 되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시안한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내가 또 입을 열었다.
“시안, 네가 뭘 모르나 본데.....나는 절대 그 사람 상대가 안 돼. 그 사람 지인들 중에는 의사에, 변호사에, 심지어 재벌까지 있어서 여론을 맘대로 조작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아무리 내가 목이 터져라 해명해도, 수결 씨는 그 사람들한테 빌붙어 여론을 조작할 거라고.”
시안도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가 그분이랑 달리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지도 안 좋고, 그 사람에 비하면 그냥 아마추어다, 그래서 네가 해명하기도 무섭다.....그건 이해해.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이 상태로 있으면 너는 다신 무대는 물론 연예계에 오지도 못할 거야. 거짓 기사, 악마의 편집으로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 이미지를 다시 되돌리는 건 순식간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 이미지가 더 악화되기 전에 얼른 누명을 벗는 게 낫지 않겠냐?”
“하지만 나는.....해낼 자신이 없어. 시도했다가 도리어 수결 씨 팬분들한테 뭇매만 맞고 전국민한테도 톱스타 누명 씌웠다는 낙인 찍히면.....결국 나는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이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게 더 내 커리어에 타격이 될 것 같아.”
“너....진짜.....정말 이럴 거냐? 연예계 다시 주름잡겠다고 한 건 너 아니었어?”
“아....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이럴 시간에 편의점에서 과자 한 개, 주스 한 개나 더 팔걸.....”
그리고 매니저는 시안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가버려.”
“뭐.....?”
“나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고 가버리라고, 시안.....그리고 너는 나 없이도 멋지게 데뷔해서 꼭 꿈을 이루길 바래.”
그러자 시안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좋아! 그렇다면 나는 빠져줘야겠네! 어디 한번 모함을 받거나 억울한 누명을 써도 아무것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할 호구로 살아가 봐!”
“걔는 이제 막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인 데다가.....유명한 지인들에 팬층도 많고.....심지어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애잖아. 하지만 나는.....한때 잘나가는 연예인이었다가 지금은 그냥 퇴물이나 다름없고.....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친구 사이라고 해도.....너같은 이제 막 세상에 빛을 드러내는 보석이 나같은 빛나지도 않는 누명 쓴 퇴물이랑 친구 한다면 네 이미지만 깎일 뿐이야. 그러니까.....크헙, 우리 이제 그만하자. 흡, 가버려, 시안......”
그리고 매니저는 그대로 몸을 돌려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안도 비참함과 분노와 슬픔에 휩싸여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며 매니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래!!!!!!! 사실은 나도 너같은 거랑 친구하는거 연습에 방해만 되고 피곤했는데 잘됐네!!!!!!! 우리 이참에 서로 갈 길 가자고!!!!!!!!!!!!!!!!”
“..........”
시안은 뒤에서 열심히 소리를 질렀지만, 매니저는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매니저가 남기는 발자국 위쪽에는 작은 눈물이 떨어져 있었다. 매니저는 생각했다.
‘미안해, 시안.....하지만 너라도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래.’
그리고 매니저는 점점 시안에게서 멀어졌다. 그녀가 남긴 발자국마저도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다 지워져 버렸다. 곧이어 뒤에 있던 그림자까지도 시안을 떠났고, 그렇게 매니저와 시안은 해가 구름에게서 멀어지듯 헤어졌다.
시안과 헤어진 후, 매니저는 PPM 코치 자리를 수결에게 넘겨주고 PPM을 떠났다. 새로 PPM 보컬&안무 코치가 된 수결은 해맑게 인사를 했다.
“모두 안녕? 나는 매니저 코치님을 대신해 새로 온 박수결이라고 해! 수결 코치님이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수결이 인사할 때까지만 해도 연습실 분위기는 엄청 밝아 보였다. 연습실인지 의심될 정도로. 연습생들은 모두 해맑게 웃으며 수결 코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시안만은 수결을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습 전과 달리 연습시간에는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이 못하면 수결은 어김없이 독설, 심지어 막말까지 날렸다.
“너 2위가 그것밖에 못해? 진짜 탈락하고 싶어 환장했냐? 다시 해!”
“하, 참.....그걸 못해? 너보다 어린애도 할수 있는걸? 초딩도 그정도는 하겠다! 넌 안 봐도 탈락 확정이네!”
그런데 시안이 실수할 때는 태도가 전혀 달랐다.
“괜찮아, 시안. 넌 잘했어. 아까 발 위치도 정확했고, 저딴 조무래기들보다 네가 백배 천배 잘했어. 그러니까 미끄러져 넘어진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주눅들지 마. 알았지?”
오히려 칭찬과 함께 위로를 건넸다.
“하아.....”
수결의 차별 때문에 연습실 분위기는 더욱 다운되어 갔다. 평상시에는 밝았던 연습생들이 연습 후 우중충한 낯빛으로 변했고, 심지어 그만두고 싶다며 우는 연습생도 속출했다. 시안도 괴로웠다. 매우 괴로웠다. 겉보기엔 연습에 엄청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노래를 하면 할수록, 춤을 추면 출수록 매니저에 대한 생각이 시안의 머릿속을 채워갔다. 평소와는 다른 시안의 모습에 동생들은 시안을 걱정했다. 정빈이 말했다.
“시안 형....괜찮아요? 오늘따라 좀 안 좋아 보여요.....”
“아, 아냐, 괜찮아. 조금 어지러워서 그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옆에서 성찬이 말했다.
“저 수결 코치님.....진짜 기분 나빠요. 우리가 못하면 엄청 뭐라뭐라하며 혼내면서 시안 형이 실수하면 오히려 눈감아주고 응원까지 해주잖아요.”
“진짜 짜증나.....처음엔 수결 코치님 좋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그런데 진짜 차별 오지고.....매니저 코치님일 때가 훨씬 좋았는데......”
“.........”
시안은 머리가 어지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루는 드디어 시안과 수결이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동반출연했다.
수결은 이 순간이 너무나도 기뻐 평소와 달리 조잘조잘 말이 많아졌다.
“꺄~~드디어 시안이랑 단둘이서 게스트로 출연하는 날이 오다니,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시안, PPM에선 코치였지만 여기선 동료니까, 반말 써도 돼! 우린 동갑이니까 친구네? 친구끼리 잘해보자!”
“.....아, 어.....”
하지만, 매니저를 밀어내고 시안과 방송에 출연해 너무나 행복해하는 수결과 달리 시안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속으로는 계속 매니저 생각에 집중을 잘 하지 못했다.
방송에서는 8명을 두 팀으로 나눠 요리 대결을 하는 방식이었다. 시안과 수결이 속한 조는 라면과 김밥을 만들어야 했는데, 시안과 수결은 라면을 끓여야 했고, 다른 팀은 김밥을 만들어야 했다.
수결은 시안과 함께 방송 출연한 게 너무나 기뻤던 나머지 미리 레시피까지 알아올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시안, 그거 알아? 사골육수에다 라면스프 넣어서 라면 끓이면 진짜 맛있다. 우리 이번에 그렇게 끓여볼까? 내가 레시피도 다 알아왔어.”
“응? 아....어, 그래.”
수결은 물을 끓였고, 시안은 파를 썰었다.
싹둑, 싹둑, 시안은 요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처음 하는 것치고는 꽤 잘 썰었다. 그러다 시안은 파가 잘려나가는 걸 보면서 모래밭에 남겨지던 매니저의 발자국이 생각났다. 심지어 파가 썰려지면서 생겨나는 즙까지 바닷물을 연상케 했다. 시안은 그 순간 갑자기 매니저 생각이 나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결국 칼에 손가락을 베일 뻔했다. 그 순간,
“위험해!”
수결이 칼을 들고 있는 시안의 손목을 잡아 시안을 깨웠고, 시안이 말했다.
“아.....고마워.”
“아냐! 이 정도야 뭘~~~”
수결이 애교 섞인 말투로 시안에게 말했다.
그때, 다른 팀 출연자가 요리에 쓸 파가 없다며 시안&수결 팀에게 다가왔다. 그때, 수결이 말했다.
“뭐야....사람 들어왔어~~? 아~씨, 요리하는데 진짜 땀냄새 쩌는데.”
그러자 그 연예인이 갑자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 연예인이 말했다.
“저.....혹시 대파 좀 조금만 주실 수 있으세요?”
“아~~~대파요? 대파는 우리가 이미 다 써버렸으니까, 그만 가시는 게.....”
그때, 시안이 썰고 남은 대파를 주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이거라도 쓰세요.”
“앗, 감사합니다.”
그 순간 수결이 또 끼어들어서 말했다.
“언제 가세요? 파 받았으면 가세요.”
그러자 그 연예인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수결은 그제야 무서운 표정을 풀었지만, 수결을 바라보는 시안의 표정은 언짢았다.
수결은 시안과 함께 있는 게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요리에 제대로 집중을 못 할 정도였다. 시안이 파 써는 것만 바라보다가 라면을 불릴 뻔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안&수결 팀이 1등으로 요리를 가져왔고, 곧이어 다른 팀도 하나둘씩 완성된 요리를 가져왔다. 이제 마지막 조만 완성해서 갖고 오면 끝이었다.
그때, 김밥을 가져오던 주연이 실수로 발목을 삐끗해 넘어졌고, 그대로 김밥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순간 촬영장에 있던 온 사람이 놀랐고, 동료 연예인들은 급히 주연을 챙겼다.
“주연아, 괜찮아? 다리 어때?”
“혹시 다리 아직 다 안 나았어?”
주연은 몇 달 전 방송 촬영차 정글을 다녀와 심하게 다친 후 12주 동안이나 깁스를 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제 13주가 지나 깁스를 이제 막 푼 상태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상황파악 못 하고 주연이 시안과 출연한 방송을 말아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런.....야.”
수결이였다. 수결은 화난 표정으로 주연에게 다가가 윽박질렀다.
“너 우리 팀 죽이려고 작정했냐? 어? 지금 시안이랑 다른 분들이 힘들게 요리 만들어왔는데, 네가 다 말아먹으면 어쩌자는 거냐?”
“아.....선배님.....죄송합니다.....다리가 다 안 나아서......”
“네 다리가 아픈지 안 아픈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너 하나 땜에 우리 팀 지게 생겼잖아!!!”
그리고 수결은 주연의 뒤통수를 크게 퍽, 하고 때렸고 주연은 그대로 넘어졌다.
“으휴.....부족한 놈.”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수결을 말렸다.
“박수결 씨, 왜 이러세요? 이건 폭력이라구요!”
“박수결 씨, 진정하세요! 주연 씨도 죄송하시다잖아요.”
“아 당신들은 꺼져. 나 지금 대폭발 직전이니까 말리지 마.”
그 누구도 화난 수결을 말릴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수결에게 말했다.
“나와 봐.”
“아....또 누구야! 당신도 좀 닥ㅊ......”
시안이었다.
“아......너였구나! 미안.....아니 근데 시안! 우리 팀이 졌는데 너는 속상하지도 않.....”
“너 뭔가 모르나 본데, 쟤 몇 달 전에 정글 갔다가 다리 다쳐서 석 달 동안이나 깁스했다가 이번 주에 깁스 풀고 복귀한 애거든? 실수한 거 하나 가지고 다친 애를 그렇게까지 때리고 혼낼 필요는 없잖아. 비켜 봐. 내가 할 테니까.”
시안이 넘어져 울고 있는 주연에게 다가갔고, 주연이 말했다.
“선배님.....흑.....죄송해요.....저 때문에.....팀에 민폐만 끼치고.....”
“괜찮아. 누구나 실수 한 번 정도는 할 수도 있는 거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시안은 주연의 등을 토닥토닥해주며 격려해주었다.
수결은 주연한테서 떨어진 후 말했다.
“아이씨.....손 아파.”
결국 시안 덕분에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수결은 방송 송출 이후 인성논란에 휩싸였다.
-헐.....뭐야박수결후배가실수좀한거가지고왜저래;;;제2의매니저되는거아냐?
-서주연님정글갔다10m나무에서떨어져서3주동안깁스하신거생각난다.....그런데수결은그런것도모르고저ㅈㄹ했던거임??;;;
-다리다친후배한테왜저럼??;;;어이없네;;;
-지가한번정글갔다와서나무에서떨어져봐야정신차리지;;;확정글보내버리고싶네;;;;;
수결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악플 때문에 힘들다며 뻔뻔하게 인스타 스토리에 심경글을 올렸다.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다들 지랄이지 진짜 개짜증나.....악플러들 싹다 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날, 또 PPM 녹화가 있었고, 연습생들은 어제 밤늦게까지 연습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 먹고 종합평가를 치르고 있었다. 특히 시안은 종합평가를 위해 4일 동안 5시간밖에 못 자고 밥도 거의 안 먹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피곤한 시안의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생겼고, 시안은 몸무게가 3kg나 줄었다. 그러다가 5위 김성찬 연습생이 어지러워서 큰 실수를 하여 성찬 밑에 있던 시안이 크게 다칠 뻔한 사고가 벌어졌다.
그때, 심사위원석에서 수결이 일어나 말했다.
“야. 카메라 꺼봐.”
주변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들이나 PD들이 모조리 겁먹은 눈치였지만, 카메라를 끄지는 않았다. 그러자 수결은 옆에 있던 PD의 카메라를 뺏어 던지고는 말했다.
“카메라 꺼보라고 XX들아!!!!!!!!!”
객석에 있던 팬들까지 침묵하자, PD는 그제야 카메라를 껐다. 수결이 말했다.
“김성찬 너 이리 와 봐.”
“아니....저.....코치님.....여기 지금 공개석상이잖아요.....장소 구분은 하셔야죠....”
“아니, 내가 있을 때는 물 속이든, 우주든, 그 어디든 다 연습실이야. 장소에는 제약이 없어. 그러니까 이리 와 보라고.”
성찬은 억지로 무대로 내려왔다. 수결은 마이크도 안 끄고 성찬을 크게 혼냈다.
“야, 김성찬, 너 정신 연습실에 놓고 왔냐? 너 때문에 시안이 크게 다치면 어쩔 뻔했어?!!! 어??!!! 여기 네 무대야?!!! 너 혼자 써????!!!!!! 이 XX, 끝까지 빡치게 하네.”
수결은 심지어 욕설까지 섞으며 성찬을 혼냈다. 쩌렁쩌렁한 수결의 목소리에 팬들까지 당황하고 무서워하는 눈치였고, 성찬의 팬들 중에는 우는 사람도 있었다.
“자칫하면 너 때문에 시안이 데뷔 못 할 수도 있었다고, 이 XX아, 그러면 시안이 병원비 네가 대 줄 거야? 어?!!! 실수하다 다칠 거면 너 혼자 다쳐! 너 혼자 병신 되서 탈락하라고!!!!!”
“죄송합니다.....진짜 잘못했습니다.....!”
결국 성찬은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때, 무대에서 누군가가 잔뜩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적당히 좀 하세요.”
그 순간, 팬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화가 난 수결도 위를 보았다.
“뭐야?”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시안이었다. 그 순간 잔뜩 화나 있던 수결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눈치 없는 수결은 시안의 상태를 걱정했다.
“시안! 너 괜찮아? 아까 성찬이 땜에 다치진 않았.....”
시안이 잔뜩 정색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 전혀 안 다쳤으니까 걱정 마시고, 성찬이가 잘못했다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세요.”
수결은 시안이 정색하는 표정을 보자 순간 쫄은 눈치였다. 시안은 수결을 조곤조곤 저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기서 팬분들 다 보시는 거 안 보이세요? 지금 저쪽에서 성찬이 팬분들 울고 계시는 거 안 보이냐고요. 저분들은 자기 아이돌을 보려고 여기 오셨지, 이런 험악한 광경 보려고 여기 오신 게 절대 아니에요.”
“시....시안, 일단 우리 평가 끝나고 얘기하자.”
“아뇨, 아까 코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죠, ‘내가 있을 때는 물 속이든, 우주든, 그 어디든 다 연습실’이라고요. 그러니까 코치님이 계시는 여기도 연습실이죠.”
“아....저.....”
“저를 유독 아끼시고 걱정하시는 마음은 이해해요. 그래서 코치님이 다른 연습생들을 차별하는 걸 보면서도 참아왔어요. 하지만 제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 팬분들이 보시는 앞에서도 대놓고 저를 걱정하면서 실수한 애를 욕까지 하며 혼내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때, 시안이 갑자기 비틀거렸다. 4일 동안 밥도 잘 못 먹고 5시간만 자고 연습만 하다 보니 빈혈이 온 것이다. 시안은 순간 갑자기 왜 이러지 생각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결에게 마지막 일침을 날렸다.
“그러니까 제발.....윽.....적당히 좀.....하아.....하세요.....”
결국 시안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제작진이 시안을 부축했다.
“시안 씨, 시안 씨! 괜찮으세요?!!”
“형!!! 시안 형!!!!”
“야!! 여기 사람 한 명 쓰러졌어!!! 사람 불러와!!!!”
“시안 형!!! 괜찮으세요.....?!!”
울며 시안을 걱정하는 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안은 그 상황에서도 동생들에게 말했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무대나 완성해.....”
그리고 시안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그런데 시안이 마이크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은 객석에 있는 팬들에게까지 다 들렸고, 곧 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팬들을 울렸다. 그렇게 시안은 제작진과 의료진에 의해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이는 곧 뉴스에도 나오고 실검 1위에까지 떴다.
“에이스 시안, 종합평가 도중 과로로 기절”
“PPM 연습생 시안, 과로로 기절.....그 와중에도 “난 괜찮으니까, 어서 무대나 완성해””
“$^@%$#@%.....”
“@%$#%#%^#.....”
한편, 매니저는 시안이 쓰러졌던 그 순간에도 같이 추락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생각했다. 이대로 계속 추락하는 걸까, 반드시 복귀해서 연예계를 주름잡겠다고 다짐했는데, 꼭 다시 올라오겠다고 다짐했는데.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분명 자기가 먹구름을 맞은 원인은 다 찾았고 고쳤는데, 유명 연예인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그렇다고 올라오면 안티와 돌아선 팬들의 질타를 받을 게 뻔하고, 올라오고 싶어도 올라올 수 없었다. 그냥 이제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차라리 이대로 조용히 잊혀지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그냥 포기하자, 나 같은 범죄자가 뭘 할 수 있겠어. 어차피 나 말고도 연예계 이끌어갈 다른 유명 연예인들은 많으니까, 그냥 포기하자. 알바몬에서 남은 일자리가 뭐가 있ㄷ.....’
똑똑.
그때, 가뭄에 빗방울이 떨어지듯 매니저의 사무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저.....혹시 매니저 님 계세요?”
매니저의 경호원들은 누군가 하고 그 사람을 막으려 했다가,
“앗, 당신은.....어서 오십시오.”
그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 경호원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매니저 님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매니저가 말했다.
“뭐야, 누구야.....지금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내가 누굴 기다렸다ㄱ....”
그러나 그 사람의 정체를 안 순간,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앗.....너.....너는......!!!”
맙소사, 정미였다. 오디션에서 그녀의 독설 때문에 자살하고 매일 밤 그녀의 꿈속에 나타나 너를 괴롭혔던 정미. 그랬던 정미가 살아있는 채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미.....정미야....!!”
그녀는 정미한테 달려가서 정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정미가 말했다.
“정미야.....훌쩍.....미안해 정미야......그때......내가 독설을 너무 심하게 해서......미안해 정미야......흑.....흑......훌쩍......네가 얼마나, 심한, 상처를 받았을지, 생각하니까......어으으......나도 미안해졌어, 그리고 사과하고 싶었어.....훌쩍......흑......”
그러나 정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정미는 매니저를 원망하지도, 매니저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미까지 매니저를 안고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저야말로 죄송해요.....”
“응.....? 훌쩍, 무슨.....말이야.....? 사과해야 할 건 난데, 왜 네가 사과를.....?”
“저야말로.....흑.......정말.......정말로 죄송해요......!!!!!”
매니저는 우선 정미를 자기 옆 의자에 앉혔고, 정미에게 물었다.
“정미야, 왜 네가 죄송하다는 거야? 그때 오디션에서 독설 엄청 쎄게 한 건 나였잖아.....그런데 왜 네가 죄송하다는 거야?”
“사, 사실은.....일단 앉아서 얘기해요.”
정미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는 원래 가난한 집안을 먹여 살려야 했던 소녀 가장이었고 매일 알바를 5개씩 하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우유 배달이랑 신문 배달, 편의점 알바 등등. 그러나 집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빚쟁이 아저씨 아줌마들은 매일 찾아와 우리 집을 부수고 우리 가족을 폭행하며 빚을 독촉했어요.”
정미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원래 가난한 집안을 먹여 살려야 했던 소녀 가장이었고 학교도 못 다니고 알바만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집안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고 빚쟁이들은 매일 찾아와 빚을 독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에게 무명 시절의 수결이 찾아오고 그녀는 경호원들을 시켜 빚쟁이들을 다 물리친 후, 정미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수결 님은 제게 거래를 제안했어요. “나는 지금 매니저 때문에 질투가 나서 잠을 못 자겠다고. 그러니 네가 걔를 연예계에서 퇴출시키는 데 도와달라고. 만약 성공하면 내가 너에게 담보로 매달 5000만원을 보내주겠다.”고요. 그렇게 저는 매니저 님의 오디션에 참가자인 척 참가해서 수결 님이 시킨 대로 실력 없는 척 연기를 했고 수결 님의 예상대로 매니저 님은 저에게 일반인들보다 더 심한 독설을 하셨죠. 그걸 무대 뒤쪽에서 지켜보고 계셨던 수결 님은 진짜 대학 합격 통지서라도 받은 듯 기뻐했고요. 그리고 수결 님은 자신의 매니저에게도 제 엄마인 척 연기를 시켰어요. 그렇게 매니저 님은 수결 님이 계획했던 대로 연예계에서 순식간에 퇴출당하셨고 저는 약속한 대로 수결 님께 매달 5000만원을 받으며 지금은 알바도 다 그만두고 큰 집으로 옮기고 2년 동안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도 집이 부해졌다고 두 발 뻗고 잘 수는 없었어요....”
정미는 아무리 매니저가 인성쓰레기이고 독설가로 유명하지만 아무 죄 없는 스타를 죄인으로 만든 게 왠지 양심에 찔렸다. 그래서 수결에게 말해보았다.
“저.....수결 님, 이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처음에는 알바도 안 하게 되고 부유해져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기보다는 오히려 양심에 너무나 찔려요.....그 언니가 비록 연예계에서 예의가 없던 사람이었다고는 하지만, 잘못 없는 사람의 행복과 명예를 제가 빼앗은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자리를 양보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수결은,
“그래서 뭐?”
“네.....?”
“내가 힘들게 올라와 차지한 자리를 네가 다시 망친다고? 만약 네가 입 뻥끗하는 순간, 다시 예전처럼 알바나 하는 생활로 돌려보낼 줄 알아.”
“그, 그치만.....”
“다 잘리고 싶어?”
“.......”
“수결 님은 그렇게 저를 협박하셨지만, 저는 밤마다 괴로웠어요. 매일 밤 매니저 님의 우는 소리가 제 귀에 들려왔고, 저는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저는 양심을 이기지 못하고 수결 님 몰래 이렇게 매니저 님을 찾아온 거고요......”
“정미야.....”
“저도 이제 매니저 님이 원래 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드릴 거에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수결 님의 지원과 돈이 필요 없어요. 더럽게 버는 돈은 제게는 아무 의미 없으니까요.”
“용기 내어 진실을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먼저 그 전에......할 일이 있어.”
정미와의 얘기가 끝나고 매니저가 찾아간 곳은,
“시안! 시안!”
“앗, 너는......”
종합평가 때 과로로 쓰러졌던 시안이 입원한 병원이었다.
“저.....오랜만이야.”
“.........”
시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폰만 쳐다보았다. 매니저가 말했다.
“저기, 전에는 미안했어. 시안.....그때는 내가 무섭다고 너무 내 고집대로만 하고, 도와주려고 했던 너한테 소리질러서.....”
“........”
“시안, 그리고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좀 도와줄 수 있을까?”
“됐어.”
“.......!!”
“넌 어차피 평생 당하기만 할 거잖아. 난 당하기만 하는 사람 도와줄 여유는 전혀 없어. 빨리 나아서 무대도 해야 되는데.”
“잠깐만!”
매니저가 말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나도 이제 내게 씌워진 누명을 당당하게 벗고, 복귀하고 싶어. 이제야 알았어. 그날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러자 뒤도 돌아보지 않던 시안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시안이 말했다.
“누.....누명?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오디션 봤던 학생이 와서 알려줬어. 수결 씨가 다 조작한 거라고.”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수결이가 사건을 조작했다니?”
“시안, 네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는데....나는 사실 살인자 낙인이 찍힌 사람이었어.”
매니저는 시안에게 톱스타 시절 자기에게 있었던 일과 그 뒤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매니저의 설명이 끝나자 시안이 말했다.
“와 박수결.....지금까지 다른 사람들한텐 예의 없고 나한테만 꼬리치는 여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냥 거짓말로 동료 죽이고 이득 차지한 쓰레기 악마였네.”
“나도 듣고 엄청 놀랐어.....”
매니저가 말했다.
“그때 네가 말했잖아. 뭐가 어찌 됐든 내가 계속 이 상태로 있으면 나는 다신 무대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거짓 기사와 악마의 편집으로 이미지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 이미지를 다시 되돌리는 건 순식간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내 이미지 더 악화되기 전에 얼른 사과하는 게 나을 거라고. 그래, 네 말대로 난 지금까지 박수결, 그 사람한테 호구처럼 당하기만 해왔어. 복숭아 음료 사건도 그렇고, 정미 살인사건도 그렇고. 하지만 나도 이제 당하기만 하진 않을 거야. 그 사람에게 뺏긴 자리를, 되찾을 거야.”
“야, 너.....”
“그리고 나를 180도 바꿔준 건 너였어. 너를 만나고 지켜보면서 나는 이제 팬분들이 돈 대주는 기계로 보이지도 않고, 내 큰 단점이자 트레이드 마크였던 심한 독설도 완전히 끊었어. 나도 이제 매일 밤 알바 마치고 돌아오는 허적한 길거리가 아닌 번쩍번쩍 빛나는 무대에 서고 싶어. 그리고 ‘악플’이 아닌 ‘댓글’을 보고 싶어. 그러니까 내가 다시 예전처럼 무대에 설 수 있게, 네가 도와줄 수 있을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호구 매니저가 아니야. 나도 이제 내게 씌워진 누명을 당당하게 벗고, 다시 예전처럼 무대에 서고 싶어.”
그때, 시안이 매니저의 손을 잡아주었다. 매니저가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ㅅ, 시안, 뭐 하는 거야...?//////”
시안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의 손은 핸드폰 진동모드마냥 떨리고 있었다.
“....//나도 함께할게.”
“뭘......?”
“네가 누명을 벗고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나도 함께한다고.....//////”
“시, 시안.....그럼 나 도와주는 거야?”
시안이 작게 웅얼거렸다.
“///////도, 도와준다고.....”
매니저는 순간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시안을 껴안아버렸다.
“시, 시안.....고마워.....!! 흑.....흑.....”
그 순간 얼굴이 완전히 빨개진 시안이 말했다.
“//////야!!!! 이거 안 놔?!!! 도와준다는 말 하나 했는데 반응이 왜 이렇게 요란해!!!//////”
어느새 눈물을 멈춘 매니저가 말했다.
“ㅋㅋㅋㅋㅋ알았어, 알았어, 놓을게.”
매니저가 시안을 놓은 뒤에도 시안의 심장소리는 계속 들렸고, 매니저는 그런 시안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이 시안을 더 놀려댔다.
“아~~~어디서 떡방아 찧는 소리 안 들리나요~~~~저 멀리 달나라에서 핑크 아기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나?”
그럴수록 시안은 더욱더 소리를 질러댔다.
“야!!!!!!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난 핑크 아기토끼 아니라고!!!!!!!!!////////”
“푸흐흐,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매니저는 우선 정미에게 시안을 소개시켜 준 후, 작전을 짰다. 작전짜기가 끝나자, 시안은 A조 멤버들을 톡방으로 초대했다.
-형?
-무슨 일이에요?
A조 멤버들이 하나둘씩 톡을 보내기 시작했고, 시안이 톡을 보냈다.
-얘들아
-혹시 그동안 수결코치님이 한 만행들 뭐뭐 있어?
-막 연습생들 차별한다든가.....
-다 말해봐
그러자 멤버들로부터 톡이 우수수수 쏟아졌다.
-수결코치님 진짜 짜증나요.....우선 제일 많았던일이 방송에서는 편집으로 가려졌다지만 우리한테는 막 막말하고 소리지르면서 시안 형한테만 칭찬하고 다독여주고.....매니저코치님이 그리워요.....ㅠㅠㅠㅠ
-수결코치님 저번엔 밥먹다가 다른애들이 지나갈땐 아무반응 없다가 시안형 지나가니까 갑자기 큰 소리로 “어서 와”이랬어요
-맞아 그때 사람들 다 쳐다봤어....그때 시안형이 거절하고 우리랑 같이 밥먹겠다해서 다행이지
-그리고 또 며칠전에는 시안형 다칠뻔하자 갑자기 생방에다 팬분들 다보고계시는데 성찬이형 혼내더라구요....지맘대로야 완전ㅡㅡ
-이거밖에 없어?
-네 지금 저희가 기억하는 건 이거뿐이에요
-그래 알았어 고마워
A조 수소문이 끝나고 시안과 매니저, 그리고 정미는 수결의 과거를 조사했다. 한 영상에서는 수결이 동료 연예인들의 군기를 잡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또 한 영상에서도 그녀가 후배 연예인이 자신이 동료 연예인의 화장품을 훔치는 걸 봤다고 그 연예인을 폭행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매니저는 그 영상에서 수결에게 당했다고 추정되는 6명 정도의 연예인들을 카톡으로 초대해 그녀에게 폭행당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연예인 6명 모두 수결에게 폭행당하고 군기를 잡힌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매니저는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했다. 연예인 6명은 각자 수결에게 폭행당했던 그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때 드라마 촬영 때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와야 했는데, 수결선배님이 갑자기 저를 불러세우시더니 저를 다짜고짜 추궁했어요. 왜 미니스커트 입고 왔냐고, 이러면 내 섹시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고. 이렇게 어이없는 질문 하면서요. 그래서 제가 상황을 설명드렸는데 선배님이 갑자기 제 뺨을 때렸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한번만 더 미니스커트 입고 내 눈에 띄면 죽을 줄 알아!”라고 하고 가셨어요. 저 그날 이후로 미니스커트만 보면 트리거 눌려요.
-저는 수결 선배님이랑 방송 출연을 했는데 선배님이 카메라 있을 땐 가식적으로 잘해주시다가 없을 땐 저보고 언제 가냐고, 시안 선배님이랑 요리하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막 눈치 엄청 줬어요. 저 그때 진짜 불편해 죽는 줄 알았어요.
나머지 4명도 수결과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고, 매니저는 그 톡 내용을 찍어 증거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다 한 후배가 말했다.
-그런데 매니저 선배는 괜찮으세요.....? 수결 선배님이 아시면 엄청나게 맞을 텐데......
-총대는 애초에 내가 맸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것보다 너네들이 괜찮은지가 더 중요하지.
-매니저 선배.....?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뭐야.....우리가 예전에 알던 매니저 선배 맞아.....?
매니저는 이미 예전의 그 호랑이 매니저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시안이 정미에게 말했다.
“정미야, 너는 수결이에게 또 매니저 언니 때문에 양심에 찔린다며 뭐라뭐라 해보고 수결이가 뭐라뭐라 하는지 몰래 녹음해와줘. 찍을 영상에 넣게.”
“네, 알았어요.”
그날 밤 정미는 집에 가서 주머니 속 녹음기를 몰래 켜놓고 수결에게 또 양심에 찔린다고 말했고, 다음 날 매니저와 시안과 함께 그 결과를 보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수결은 또 정미를 협박했다.
“너 진짜 왜 그러냐 전부터? 네가 입 닫으면 될 일을 왜 망치려 하냐고? 혹시 너 매니저랑 한패냐?”
“아니.....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 도대체 왜 입을 열려 하는 건데? 넌 이미 부자잖아. 넓은 집으로 이사 오고 알바도 다 그만두고! 그런데 왜 네 스스로 돈방석을 버리려 하는 건데!”
“제가 양심에 찔리는데 어떡하라구요! 수결 님이 저랑 이렇게 실랑이하는 와중에도 그분은 저녁을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시고 배고파하며 잠자리에 드실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편히 잘 수 있겠냐고요!”
*짝*
수결이 정미의 뺨을 때렸고, 그녀가 말했다.
“이 미친년이 드디어 돌았나 보지? 어? 걔는 피해자가 아니라 그냥 범죄자일 뿐이야! 너는 걔한테 당한 피해자고, 걔는 살인자라고! 한번만 더 양심에 찔린다 어쩐다 하고 입 뻥끗하면 그땐 진짜 니네 집 다 몰락시켜버린다.”
“아....네......”
녹음기가 끝나자, 매니저가 말했다.
“정미야, 너 뺨 괜찮아?”
“네.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이걸 매니저 님이랑 찍을 영상에 넣어서 수결 님 생일 콘서트 때 올리면......게임 끝이죠.”
그리고 매니저와 정미는 영상을 찍었다. 우선 정미의 인사로 시작을 했고, 그 다음엔 2년 전 정미가 출연했던 오디션 영상이 있었다. 또 그 뒤에는 그동안의 수결의 TV활동과 정미의 사건 진술, 매니저에게 누명을 씌우고 성공한 수결에게 협박당했던 상황을 찍었던 녹음본을 첨부했다. 마지막에는 정미의 “매니저 님은 살인자가 아닙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준비는.....모두 끝났어.”
그리고 드디어 D-day, 수결의 생일 팬미팅날이 찾아왔고, 매니저와 시안은 콘서트장에 잠입해 보조배터리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다. 그리고 약 1시간 후, 드디어 수결의 생일 팬미팅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팬이 거의 5000명 이상 왔고, 수많은 환호 속에서 드디어 그녀가 등장했다.
“안녕하세요~~~박수결이에요!”
“와아아아아아아!!!!!!! 박수결!!!! 박수결!!! 사랑해요!!!!”
수결의 팬미팅은 엄청나게 거창했다. 팬들이 걷어서 모은 돈으로 산 그녀의 선물이 거의 30000개가 넘었고, 그녀는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는 눈치로 사회자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심지어 그녀 앞에 놓여진 케이크까지도 보통 케이크가 아닌 예식장에서나 보던 3단 케이크였다.
드디어 대망의 케이크 커팅식이 찾아왔고, 사회자가 말했다.
“그리고 케이크 커팅은 오늘 와주신 게스트, 매니저 씨가 해드리겠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팬들은 크게 박수를 치며 수결의 생일 케이크 커팅식을 환영했다. 그때 드디어 폭발한 매니저가 케이크를 땅바닥에 집어 던지고 말했다.
“아, 진짜 개같아서 못해 먹겠네.”
그 순간 정적이 수결과 사회자, 심지어 객석에까지 퍼졌다. 매니저가 실성한 듯 웃으며 말했다.
“하.....진짜, 살다살다 내가 왜 내 인생 망친 사람 생일까지 축하해주면서 굽신거려야 하냐? 세상 참 X같다, X같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작스러운 매니저의 돌발행동에 공연장에 있던 모두가 놀랐고, 매니저가 말했다.
“야, 박수결 씨, 너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냐? 언제까지 내 자존심을 깎아내려야 속이 시원하겠냐? 내 자존심 바닥까지 깎아먹은 걸로는 부족해? 아~~~나, 진짜 미치겠네.....ㅋㅋㅋㅋㅋㅋ내 자리 강제로 빼앗아놓고 이렇게 연예인 놀이하면 재밌냐? 어? 그래, 너야 재밌겠지, 나는 너 때문에 2년 동안이나 차갑고 목막히는 삼각김밥이랑 이제는 안 먹어본 게 없어서 라면스프 성분까지 외워버린 컵라면만으로 끼니를 때우고, 회사 일과 함께 알바를 3개씩이나 뛰며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어. 물론 처음에는 내 잘못인 줄 알았다. 내가 말을 심하게 해서 정미가 자살한 줄 알았어. 그런데 진실을 알고 나니까......ㅋㅋㅋㅋㅋㅋㅋ와.....진짜 허탈하고 웃음만 나오더라......이렇게 남 몰락시키고 자기는 피땀나는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팬들 속여서 연예인 놀이하면 재밌냐? 재밌냐고?”
“무.....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일단 공연 끝나고 이따 내려가서 얘기하자.”
“아니? 싫어. 난 지금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은데? 그리고 너한테 당한 연예인들 나뿐만 아니라 10명이 넘어. 걔네들이 다 말해줬어. 네가 걔네들 막 군기 잡고 폭행했다며? 심지어 방송에서도 군기 잡고 때리고....나 꽃뱀설 났을 때도 내가 복숭아 알레르기 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당신이 나한테 복숭아 들이밀었지? 지금 증거자료 다 갖고 있고 보고 싶으면 보여줄게.”
“그만 해라.....”
“싫은데~~~더할건데~~~에베베베~~~~또 너 시안이 알지? PPM 연습생 시안이. 시안이한테도 다 들었어....너 시안이한테만 꼬리치고 다른 연예인이나 연습생들한테는 쌀쌀맞게 대한다는 거. 심지어 너 방송에서도 그거 다 들켜서 악플 오지게 먹었잖아. 그러고서도 뭐? 악플 때문에 힘들다고 SNS에 심경글을 올려? 너 때문에 힘들었을 후배나 동료 연예인들 생각은 안 하냐? 악플 받기 싫으면 네 인성부터 뜯어고치던ㄱ......”
그때 갑자기 수결이 갑자기 매니저의 배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커헉!!!”
“그만하라고 했잖아!!!!!!!!!”
객석에 있던 팬들이 경악해서 소리를 질렀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 이 자리에서 얘기하자고 했지? 좋아, 그러면 네 소원대로 해줄게. 여기서 네 배도, 네 대가리도, 네 몸 전체를 때려줄게!!”
수결은 매니저의 등, 허리, 머리를 차례대로 폭행하며 말했다.
“네가 잘못했다고 여기서 싹싹 빌면 용서해 줄게. 잘못했어, 안 했어?”
“난 잘못 전혀 안 했어. 잘못은 당신이 했지. 이 범죄자야.”
그러자 수결은 매니저의 배를 발로 차 때렸고, 매니저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내가 범죄자라고?!! 너 따위가 무슨 권리로 나를 평가하는 거야!!!! 나는 오로지 내 실력과 내 능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라고!!! 근데 네가 무슨 권리로, 무슨 증거로 나를 범죄자라고 하는 거야!!!!!!!!”
“큭....증거? 좋아, 증거라면 여기 있어.”
매니저는 스크린에 후배 연예인들과 나눴던 카톡 내용을 띄웠고, 팬들은 그것을 보자마자 경악했다. 그러자 수결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오해라며 팬들을 진정시켰다.
“아니....아니에요 팬 여러분! 진짜 아니에요! 저 범죄자 매니저 씨가 카톡 내용을 조작해서 저를 모함하려 하는 거예요! 저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리고 수결은 매니저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곤 매니저를 또다시 폭행하기 시작했다.
“네가 감히 카톡 내용까지 조작해서 나를 모함해?!! 넌 진짜....오늘 뒤지게 처맞을 줄 알아.”
하지만 매니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때려 봐. 얼마든지. 저거 조작 1도 안 한 거니까. 못 믿겠으면 나랑 대화한 쟤네들한테 물어봐......억!!!!!!”
“너 진짜.....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너는 진짜 뒤졌어!!!!!”
수결의 폭행은 점점 더 심해졌고, 객석에 있던 팬들도 전부 경악한 채 보고 있었다.
“나 대폭발하기 전에 빨리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잘못했어, 안 했어?!”
매니저가 기침을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
“하, 잘못? 쿨럭, 진짜 어이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내가 그때 독설 세게 한 것도 잘못이지만.....쿨럭, 동료가 잘나가는 게 배 아파서 괜히 무고한 어린애 끌어들여서 나한테 누명 씌우고.....쿨럭, 그렇게 내 자리와 내 인생 빼앗은 것도 모자라 결국 이렇게 팬들 앞에서 진실이 드러나자 오히려 거짓말에 변명만 하며 나를 폭행하는 당신, 진짜 형편없고 추한 거 알아? 추해, 그만해.”
그러자 수결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ㅁ, 뭐?! 이게!! 지가 먼저 사생활침해 해놓고 뭐가 어째?!!”
하며 매니저의 멱살을 잡았고, 매니저는 맞은 곳을 손으로 감싸며 쓰러졌다. 팬들은 말려야 되는 거 아니냐며, 여기 경찰 없냐고 웅성댔다. 수결은 끝까지 매니저를 놔주지 않았다.
“한때 잘나가던 유명 가수이자 프로듀서였던 매니저 씨, 약한 척하지 마라, 꼴보기 싫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몰락한 연예인 주제에 나보고 훈수 두지 마, 기분 진짜 뭐같으니까.....”
“...당신이 계획한 일이잖아.....”
“닥쳐, 넌 할 줄 아는 게 훈수 두기밖에 없냐? 너 한번만 더 그 입 놀리기만 해봐. 더 이상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이게 만들어줄 테니까,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한땐 잘나가는 가수님이자, 프로듀서였으니까, 그리고 너, 연예계 법칙 알지? 인지도 없는 사람의 말보다 인지도가 더 높은 사람의 말을 더 믿기 쉬운 거, 그러니까 그냥 내가 방송에 나가서 조금만 눈물 짜면 멍청한 시청자들은 내가 피해자고 네가 가해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야. 그러ㄴ...”
매니저가 힘겹게 기침을 하며 말했다.
“쿨럭....여기 계신 팬분들은 비록 내 팬은 아니지만, 당신은 대체 팬분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팬분들은 당신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널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시는데.....쿨럭, 지금 당신은 팬분들을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이자 돈 대주는 기계로 보는 거잖아. 여기 계신 팬분들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이실 거다. 쿨럭, 지금쯤 여기 오신 걸 후회하실 정도로 엄청 실망하셨을걸....?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때리고 욕하는 거....커헉!”
수결은 또 매니저의 복부를 발로 찼고, 팬들은 급기야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헉!!!!! 여기 경찰 없어?!! 경찰 없냐고!!!!”
“뭐야.....박수결......저런 사람이었어......? 팬을 단지 도구로만 생각해왔다는 거야.....?!!”
“하! 내가 그렇게 생각할 줄 쟤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 내가 이쁘고 재능 있으니까 알아서 돈 갖다 바치고 그러는 거지! 쟤네는 그냥 돈 대주는 기계밖에 안 돼! 쟤네가 날 사랑해줘서 나보고 웅앵웅 어쩌라고?”
수결은 매니저의 등을 발로 차고 때리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방금전에 말했지? 그 주둥아리 한번만 더 놀리면 저번처럼 더 이상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이게 해준다고, 그래 내가 너 때렸어, 그리고 너에게 욕도 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의 말을 더 믿을까? 어차피 곧 있음 예능 방송 나가니까 거기 가서 다 말하면 되겠네.”
그때, 스크린에 사진을 띄우러 갔던 시안이 유유히 내려오며 말했다.
“아주 잘 들었다, 박, 수, 결.”
그때 매니저를 때리던 수결이 시안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목소리가 떨렸다.
“어??!! 뭐야......?!!! 시안.....??!!! 네가 어떻게 여기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쿨럭.....시안, 우리가 해냈어. 박수결의 가면을 드디어 벗겨냈다고.”
시안의 손에는 정미가 줬던 녹음기가 들려 있었고, 시안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평소 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예상치 못한 시안의 등장에 팬들도 깜짝 놀랐다.
“뭐야......?!!”
“시안이 왜 저기서 나와.....?!!”
수결은 자기가 평소 좋아하고 이번 생일 콘서트 끝나면 고백하고 싶었던 시안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자 너무 놀라 어떻게든 변명해보려 애를 썼다.
“아.....시안아.....그, 그게 아니라......그, 쟤, 쟤가!! 아까 나한테 욕하고 내 생일케익도 부수고......내 생일파티도 다 망쳐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나서 그랬어......”
하지만 그런 구차한 변명은 시안에게는 개미 오줌만큼도 먹히지 않았다.
“아, 그래? 근데 그 전에 쟤한테 살인자라는 누명 씌우고 쟤 인생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게 누구였더라? 네가 쟤 자리 빼앗아서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누릴 거 다 누릴 때 너 때문에 2년 동안이나 컵라면이랑 삼각김밥만으로 끼니 때우고 알바 몇 개씩 뛰며 잠도 제대로 못 잤던 쟤는 뭐냐?”
“그, 그게! 쟤는.....”
“그리고 나 다 들었어.....네가 네 입으로 쟤 때리고 욕했다며?”
그, 그걸 어떻게?!
“그야 저기서 다 보고 있었으니까.....”
수결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시, 시안! 이, 이거 우리 목소리만 나오면 도청인 거, 알지?!”
“뭔 소리야? 여기 네 팬분들도 계시고, 나 지금도 녹음하고 있는데.”
그 말에 수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시안은 매니저에게 달려가 매니저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야, 매니저, 일어날 수 있겠냐? 내 손 잡아.”
“시안....ㅇ, 아....!”
시안이 매니저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려 했지만, 그녀는 시안이 일으켜줌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를 본 시안의 화는 더욱 치밀어올랐다.
“와....얘를 얼마나 두들겨 팼으면 얘가 일어나기도 버거워하냐? 이 쓰레기가.....”
시안은 수결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녹음기를 껐다. 수결은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걸 보니 멘붕과 동시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시안은 매니저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둘러 부축해 주며 일으켜주었다. 수결은 끝까지 변명하려 했으나
“그....그게...아니라...”
시안은 바로 잘라버리고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기 떡하니 증거도 있구만.....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줄 결정적 증인도 이 자리에 있고.”
그리고 매니저와 수결 간의 3년 동안 이어져 온 지긋지긋한 진흙탕 싸움을 끝내줄 결정적 증인, 정미가 위에서부터 뛰어왔다.
“매니저 언니!! 괜찮아요?!! 많이 아파 보여요.....”
정미도 시안을 도와 매니저를 부축했고, 정미의 등장에 관객들은 아까보다 더 크게 웅성댔다.
수결은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안 나올 정도였다.
“저.....정미?!!! 쟤가 어떻게 여기에......”
시안이 정미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며 말했다.
“정미야, 얘는 내가 부축할 테니까, 매니저는 저 관객분들께 진실을 알려줘.”
“네, 시안 오빠.”
그리고 정미는 객석 쪽으로 달려가더니 관객들에게 외쳤다.
“진정하세요! 모두 진정하세요! 매니저 님은 살인자가 아니에요! 박수결 님이 저를 시켜서 매니저 님을 망하게 하려 했던 거에요! 제가 사건의 전말을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정미는 매니저와 함께 찍은 동영상을 스크린에 띄웠고, 영상이 끝나자마자 수결은 달려가 정미의 멱살을 잡고 윽박질렀다.
“너....죽을라고 작정했냐?!! 나한테 돈 받으며 살면서 기고만장해지니깐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지?!!!”
그러자 팬들이 웅성댔다.
“와.....박수결 진짜 미친 거 아냐?!!”
“어떻게 어린애를 저렇게.....”
“박수결 저런 사람인 줄 몰랐어, 무서워.....”
그러자 급기야 사회자까지 나서서 수결을 막아보려 했지만
“저기....박수결 씨! 여기는 공적인 자리지 UFC가 아니에요! 공적인 자리에서 어린애를 이렇게 멱살 잡으면.....”
“아 당신은 좀 닥치고 있어, 이건 우리끼리의 일이니까.....유정미.....네가 어떻게 나를 배신할 수가 있어.....!! 팬미팅 끝나면 너 지원 딱 끊어버릴 줄 알아!!!”
하지만 정미는 무서워하기는커녕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
“필요 없어요.”
“뭐.....뭐라고?!!! 너 말 다 했어??!!!”
정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범죄를 저지르고 남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이득을 차지하고 팬분들을 도구 취급하는 연예인이라 쓰고 쓰레기라 읽는 사람의 더러운 지원과 돈은 이제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과 엮이면 저까지 더러워지는 거 같아서요. 저는 당신 지원 안 받아도 이미 충분히 부자니까 이제 당신 같은 범죄자는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꺼지라고요.”
수결은 정미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내가 널 그동안 얼마나 도와줬는데.....!!! 어떻게.....네가 날 배신할 수가 있냐고!!!!!!! 어떻게!!!!!!!!!!”
수결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자, 정미가 말했다.
“그리고 수결 님, 시안 오빠 좋아한다면서요?”
그 순간 수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고, 그녀가 말했다.
“그....그걸 어떻게......!!!”
정미가 말했다.
“매니저 언니가 알려줬어요....수결 님이 시안 오빠 좋아한다고요. 그래서 제가 시안 오빠한테 말씀드렸더니 시안 오빠는 수결 님 싫대요. 역겹대요.”
하지만 수결은 정미의 말을 부정했다.
“뭐.....뭐라고.....?!! 아냐! 진짜 시안이 그렇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네가 무슨 증거로......”
“맞는 말 했네, 정미가.”
“어......?!!”
수결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미를 잡은 손을 놓아버렸고, 정미는 이틈에 매니저에게로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시안이 말했다.
“정미가 증거 수집하다가 말해 줬어.....사건에 대한 정보는 물론 너의 그 추악한 실체까지도 알려줬지.”
수결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추.....추악한 실체라니? 아니야! 내가 평소에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진짜 아무 짓도 안 했어!”
“흠....끝까지 발뺌하시겠다? 그럼 내가 직접 말해줘야 알겠지.”
“ㅁ, 뭐?!!”
시안은 매니저가 보여준 카톡 내용 외에도 그동안 수집한 CCTV, 방송화면, A조와 나눴던 카톡, 수결의 SNS 등의 증거자료를 스크린에 띄워 보여주며 수결을 조곤조곤 저격하기 시작했다.
“평소 연예계에서도 동료나 후배들한테 갑질하고, 말 안 들으면 저렇게 폭력행사로 복종하게 하고, 방송에서도 연습생들을 엄청나게 차별하고, 코치 자리 뺏을려고 쟤한테 누명 씌우고, 그렇게 당한 동료나 후배 연예인과 연습생까지만 해도 합쳐서 20명이 넘는데, 심지어는 일반인까지 협박....와....최고의 일진이네, 일진이야. 너 예전에 학창시절에도 이따구로 행동했지?”
완벽한 정답이었다. 수결은 자신이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에게 더러웠던 과거를 들키자 어떻게든 변명하며 넘어가 보려 했다.
“ㅁ, ㅁ, 무, 무슨 말을 그렇게....!! 시안, 너.....너도 연예계 생활이 힘든 거 알잖아?? 맨날 연습하고 쉴 틈 없고...!! 그러니까 그냥 스, 스트레스 받아서...!!! 학창시절 땐 절대 안 그랬어!”
하지만 시안은 그런 구차한 변명에 전혀 넘어가지 않았다.
“연예계 생활이 힘든 거 나도 알지. 근데 나는 너처럼 일진놀이는 안 했거든? 너는 네가 힘들다고 그렇게 사람을 샌드백마냥 두들겨 패고, 없는 군기나 잡고, 심지어 협박까지....그런 식으로 일진놀이 하면 재밌냐? 그리고 네 입은 아니라고 하지만, 학창시절 얘기하니까 왜 그렇게 심하게 말을 더듬는데? 그게 더 수상하거든?”
“아, 아냐!! 시안!! 나, 나는.....”
시안은 정색하며 그녀에게 마지막 일침을 날리고 돌아갔다.
“됐어. 난 그런 식으로 일진놀이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네 얼굴만 봐도 구역질 나올 것 같으니까.”
수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 정미가 뒤에 몰래 설치해뒀던 보조배터리형 카메라를 끄고 말했다.
“좋아요, 이걸로 팬미팅 현장 촬영은 끝났고, 이건 여기 계신 팬분들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모르시는 팬분들께도 알리게 유튜브에도, 제 SNS에도 올려야죠. 수고했어요, 시안 오빠. 그리고 너 언니도....이제 가요.”
“쿨럭....어.....딜?”
“당연히 저 범죄자 고발하러 가야죠.”
수결은 자신을 처참하게 몰락시키는 세 사람을 보니 이가 뿌드득 갈렸고, 치가 떨렸다.
“야!!! 너네들!! 진짜 죽고 싶냐?!!!”
그리고 시안에게 부축받으며 가는 매니저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때 행동이 민첩했던 시안이 한쪽 팔로 수결의 팔을 가볍게 잡아냈고, 그가 말했다.
“야, 작작해라. 이런다고 네 죄가 없어지지 않으니까. 어차피 여기 증인과 피해자 다 있고 여기 녹음본도 있으니까. 심지어 여기 네 생일을 축하해주러 와주셨던 수많은 팬분들도 이제는 네 죄를 세상에 알려줄 증인이 되셨고. 이제 박수결이라는 연예인 아니, 거짓말쟁이 도둑은 연예계에서 퇴출당할 일만 남았네. 잘 지내봐라.”
그리고 곧이어 객석에서부터 관객들의 엄청난 야유와 함께 물건이 날아왔다.
“우! 우! 거짓말쟁이 박수결은 물러가라!”
“그동안 우리를 돈줄로만 봐왔던 거야??!! 이 배신자!”
“당장 연예계에서 꺼져라! 이 악마야!”
팬들까지 자신에게서 돌아서자, 수결은 그제야 태세를 전환하고 사과하려 했다.
“아....시안.....잠시만.....!! 내가 잘못했어.....”
“나한테 사과하면 어떡하냐, 너 때문에 2년 동안이나 인생 뺏겼던 얘한테 사과해야지.”
“...미안해.....”
하, 참. 그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자기가 거의 망하자 이제 와서? 매니저는 기분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가 났다.
“...내가 2년 동안 당신한테 당한 일이 얼만데, 당신은 지금 나에게 엎드려서 싹싹 빌어도, 아니, 위자료 줘도 모자랄 판에 시안이 사과하라 하니까 그제야 사과하고. 그런데 그것마저도 위기 모면하는 식으로 대충 사과하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용서할 생각이 1도 없어.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이랑 후배들, 연습생들한테도 갑질하고 심지어 팬분들까지도 도구처럼 생각하고, 당신은 이게 사람이 할 짓이라고 생각해? 당신은 연예인은 물론 사람이라고도 불릴 자격도 없어. 박수결, 당신은 이제 연예계에서 아웃이야.”
“아....저기.....”
“우!!!! 우!!!! 인성쓰레기 박수결은 꺼져라!!!!!!”
“2년 동안 누명 썼던 매니저 씨는 무슨 죄냐? 이 배신자!!!!!!!!!”
상황이 더 거세지자 그때, 사회자와 공연 주최자가 나타나 팬들에게 외쳤다.
“자자!! 모두 진정하시고!! 오늘 행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럼 팬 여러분 모두 안녕히 가십시오!!”
“가자.”
“네.”
“그래.”
수결의 폭행으로 중상을 입은 매니저와 매니저를 부축한 시안과 정미가 먼저 공연장을 나섰고, 곧이어 팬들도 공연장을 나섰다. 팬들이 공연장을 나서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미쳤어.....”
“팬들을 돈 대주는 기계로만 보는 미친놈이었네.....”
“거짓말쟁이.....나 오늘부로 박수결 팬 그만둘란다.”
“나도. 박수결 굿즈 다 태우고 박수결 팬카페도 탈퇴할 거야.”
“나 진짜 박수결이 저딴 놈인 줄은 진짜 전혀 몰랐다......특히 PPM에서 연습생들까지 차별했다니 완전 인간의 탈을 쓴 악마네.”
“망해라.”
그리고 팬들이 던진 물건이 가득한 공연장에는 수결 혼자 남았고, 공연장 불은 그대로 꺼졌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훔친 ‘연예인’이라 쓰고 ‘거짓말쟁이’, ‘도둑’이라 읽는 사람, 박수결의 최후였다.
수결의 생일 콘서트(이자 사형식)가 끝나자마자, 시안은 자신의 sns와 유튜브에 녹음본을 전부 올렸고, 곧이어 매니저가 자신의 sns에도 정미와 찍은 영상과 박수결 생일 팬미팅 풀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소식은 일파만파 번졌다. 그리고 곧 언론은 물론 네이버 실트 1위에까지 올라갔다. 동시에 그동안 수결에게 당했던 10명이 넘는 동료나 후배 연예인들, PPM 연습생들도 하나둘씩 진실을 밝히며 그녀의 연예계 퇴출과 처벌을 희망했다. 수결의 홈마나 팬 계정, 팬카페는 줄줄이 탈덕이나 계폭을 하며 줄줄이 클로즈를 외쳤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에 수결은 직접 장문 사과문을 썼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대국민의 분노와 실망 속에서 연예계에서 퇴출당함과 동시에 가입했던 SNS도 모두 탈퇴했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죄와 폭행죄로 징역 7년에 처해졌다.
한편 매니저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녀는 집에서 라이브 방송을 켰다. 그녀가 방송을 켜자마자 예상대로 여전히 악플들이 올라왔다.
-매니저이XX라방켰네?조용히나가뒤지세요왜나오고¿¿¿¿임;;;
-아뭐야매니저라방왜켰음?자살한다는거알리려고하나
-매니저걍죽어라좀우리힘들게하지말고팬안아끼는주제에
쏟아지는 악플 속에서 드디어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입니다.”
-꺼져더럽히지말고
-응~~너말고도연예인들많으니까꺼져~~~
-어디더왈왈짖어봐라ㅋㅋㅋㅋㅋㅋ
매니저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오늘 라방을 켠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한 일들에 대해 반성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잘못 많은 죄인이니까 길게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제가 드릴 말씀은.....”
-라방좀끄라고꼴보기싫으니까!!!!!
-꺼져라좀;;;;죽고싶나
-응~오늘라이브여기서끝~~~
하지만 매니저는 더 이상 악플에 주눅드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매니저는 시안이 한 말을 떠올렸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상태로 있으면 너는 다신 무대에 오르지 못할 거야. 거짓 기사, 악마의 편집으로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 이미지를 다시 되돌리는 건 순식간이 아니야. 그러니까 네 이미지가 더 악화되기 전에 얼른 사과하는 게 낫지 않겠냐?”
매니저는 속으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드디어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동안 제가 일으킨 논란과 언행에 대해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응?
-뭐야
-뭐지
그녀는 그동안 자기가 팬분들께 너무나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저는 고생 하나 안 하고 타고난 실력으로 어린 나이에 오디션에 선발되어 급속도로 유명 스타덤에 올랐던 탓에 고생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난과 역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저에게는 그저 남 이야기로만 들렸습니다. 하지만 동료 선배님의 말씀처럼 제 인생에 먹구름이 끼고 힘든 시간 동안, 저는 제가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사연이....?
-그러고보니나매니저어렸을때데뷔무대보긴했음 미성년자같았는데 진짜미성년자였다니ㄷㄷ
-어리면 그럴수도있는거아닌가.....?그런사람들 많잖아
“그리고 그와 동시에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팬 여러분의 사랑이 있기에 제가 지금까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이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요. 저도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독설쟁이 매니저가 아닙니다.”
-드디어 깨달았구나 매니저.....
-뭐.....사실 살인사건도 박수결 그새끼가 누명씌운건데....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됐지
-살인자 아닌데 뭐 어때.....지금이라도 자기잘못 깨닫고 팬분들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매니저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제는 강도 높은 독설도 완전히 끊고, 팬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사랑도 절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습니다. 만약....훌쩍, 제가 또다시 같은 일을 저지른다면 그때는 얼마든지 악플을 달아 주시고, 저를 연예계에서 퇴출시켜 주세요. 그러니까 제발......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흡.....영원히 팬분들의 사랑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매니저 씨 응원합니다♥
-매니저언니 울지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저도 사랑해요!!!♥
-언니.....울지 마세요.....ㅠㅠㅠ언니가 울면 저도 슬퍼지잖아요.....ㅠㅠㅠㅠ그리고 앞으로도 매니저 언니 응원할게요^^사랑해요!♥
매니저는 비로소 악플이 아닌 진정한 응원의 ‘댓글’을 볼 수 있었고,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인기에 자만하거나 기고만장하지 않고 강도 높은 독설도 완전히 끊기로 팬들과 약속하고 잃었던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연예계 활동을 재개했다. 그녀가 내는 음악들은 예전처럼 다시 대히트를 쳤고, 그녀가 이번에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까지 9.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매니저의 인기는 2년 전 전성기 때와 똑같아졌지만, 그녀는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첫 번째는 팬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한 방송에선 매니저에게 2년 전과 똑같이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팬분들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분들이십니다. 그분들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분들이 없으면 저도 없었을 거예요. 따라서 그분들이 사라지시면 저도 사라지는 셈이지요. 그러니까 팬분들은 저에게 너무나 소중하신 분들이십니다.”
두 번째는 오디션에서 심한 독설을 완전히 끊었다는 것이었다. 한 실력이 좋지 않은 참가자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그녀가 말했다.
“흠.....저는 일단 발성이 너무 불안정해서 듣기 불편했던 것 같아요.”
“아.....네.....죄송합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때,
“그래도.....음색은 에드 시런과 엄청 비슷하시네요. 조금만 보완하시고 열심히 하시면 분명히 가망이 있을 거예요.”
“네.....?”
매니저가 그런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팬은 매니저를 한번 쳐다보더니, 화색이 되어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미는 매니저의 지원을 받고 살게 되었다. 정미가 최근 제빵 쪽에 관심이 있다고 매니저에게 말하자, 그녀는 유명 제빵사인 지인에게 연락해 정미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우왓! 언니 진짜요?? 정말 그 유명하신 분께서 저를 가르치신다고 하셨다고요?!!”
“응. 걔가 너 정도의 실력이면 진짜 나중에 뛰어난 제빵사가 될 거라 하셔서 가르쳐주신대.”
“정말요?!! 고맙습니다!!! 언니, 혹시 저 나중에 유명 제빵사 되면 언니한테도 빵이랑 케이크 만들어드릴게요.”
“진짜? 고마워, 정미야.”
“언니 저 이제 가봐야 돼요. 지금까지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래. 잘 가, 정미야. 나중에 훌륭한 제빵사가 되길 바래.”
정미가 나가고 시안이 들어왔다.
“사건이 좋게 마무리돼서 다행이네.”
“응, 그딴 사람은 연예인 할 자격도 없어. 진짜 다행이야.”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고, 매니저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시안, 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그러자 시안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따, 딱히 너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 그냥 억울하게 2년 동안이나 누명 쓰고 인생 뺏겼던 사람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고마워.”
그리고 둘 사이엔 또 잠시 정적이 흘렀고, 매니저가 또 입을 열었다.
“저기 시안, 앞으로는......지난번처럼 이별하는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런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앞으로도 힘든 일 있음 나한테 말하던가.....”
“응,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핑크 아기토끼 시안.”
“뭐?!! 나, 나는 핑크 아기토끼 아니라고 했잖....!! 아니다...///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매니저...”
그때 창밖을 바라보니,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걸 본 매니저와 시안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를 쳐다보았고, 시안과 매니저 둘 다 얼굴이 빨개졌다. 시안이 말했다.
“뭘, 뭘 쳐다봐! 너 나 좋아하냐?!//////”
매니저가 말했다.
“흠~~잘 모르겠는데? 시안이가 맞혀 봐!”
“에이, 몰라, 안 맞힐래.”
“ㅋㅋㅋㅋㅋㅋ”
시안과 매니저의 사이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하루는 시안이 매니저와 닮은 동물이라며 매니저에게 기린 머리띠를 선물했다. 그녀가 왜 내가 기린이랑 닮았냐고 물었더니, 시안은 매니저가 자기보다 키가 크니까.....라고 했다가 한 대 맞은 적이 있었고, 매니저는 시안에게 복수로 핑크토끼 머리띠를 선물했다가 시안에게 얻어맞을 뻔했지만 시안의 키가 안 닿아서 실패했다.
그리고 드디어 PPM 최종 오디션 날이자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코치는 아니지만 MC로 다시 매니저가 출연해서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시안을 포함한 연습생들은 마지막까지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고, 드디어 대망의 최종 순위 발표의 시간이 왔다.
매니저가 차례차례 연습생들의 이름과 순위를 불렀다.
“7위는.....!! 고정빈 연습생입니다!!!!!!!!”
“5위는.....!! 배민규 연습생입니다!!!!!!!!”
“3위는.....!! 최수혁 연습생입니다!!!!!!!!”
3위까지 이름이 다 호명되고, 이제 대망의 1위와 2위가 남은 상황이었다.
“1위는.....!!”
매니저가 1위를 호명할 준비를 하자, 객석에서 팬들의 함성이 장난 아니었다.
“시안!!!! 시안!!!!!”
“시안!!!!! 시안!!!!!!! 시안!!!!!!!!”
‘제발.....!!’
‘부디.....!!’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드디어 매니저가 1위의 이름을 호명했다.
“AL엔터테인먼트의 시안 연습생입니다!!!!!!!!!!!”
그 순간, 시안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고 팬들의 함성소리가 9.0의 대지진처럼 쏟아져나왔으며 동시에 시안의 이름을 호명한 매니저도 눈물이 맺힌 채 입을 틀어막았다. 옆에서 2등인 김성찬 연습생이 달려와서 시안을 일으켜주고 껴안아 주었다. 시안은 성찬의 품에 안겨 그대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었다. 겨우 눈물을 참은 매니저가 마이크를 들고 와 시안에게 건넸지만 시안은 마이크를 잡지도 못하고 울어버렸다. 매니저는 침착하게 눈물을 멈추고 시안에게 휴지랑 마이크를 건넸다.
“시안 연습생, PPM 최종 1위가 된 소감 한 마디 해 주세요.”
시안은 휴지로 눈물을 닦고 코를 풀더니, 겨우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아.....우선 저는 저를 흡, 1위로 뽑아주신 모든 팬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고요.....훌쩍, 이 모든 영광은.....흡, 모두 팬 여러분 덕분입니다.....만약....훌쩍,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흡, 저는 이 자리에 오는 영광은....훌쩍, 절대...흡, 평생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진심으로.....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고 시안은 또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객석에서 팬들의 함성도 우레처럼 쏟아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팬분들이 울지 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시안은 겨우 눈물을 멈추고 말했다.
“그리고 저는.....팬분들께 바치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오! 이 자리에 계신 팬 여러분, 시안 씨가 팬분들을 위해 작곡한 노래가 있다는데요! 한 번 들어볼까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천둥과 같은 팬들의 함성에 힘입어, 시안은 노래(랩)를 시작했다. 매니저가 예전에 작사노트에서 봤던 그 가사였다.
“Yo, 너라는 바다, 나는 그 물에 잠겨 Uh
한번 빠지면 Yeah 절대 벗어날 수 없어
난 너란 산을 오르는 등반가, 난 너란 바다를 항해하는 통통배, 널 사랑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안!!!!! 시안!!!!! 시안!!!!!!”
“와우, 시안 연습생의 작사 실력이 너무나 대단하네요. 그럼 시안 연습생은 저 1위 자리로 올라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안은 팬분들께 큰 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고 맨 위 1위 자리로 올라가 당당하게 착석했다.
이것으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PPM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시안은 매니저에게 할 말이 있다며 그녀를 몰래 보신각 앞으로 불렀다. 보신각 앞으로 온 매니저가 말했다.
“아, 왔냐?”
“시안 안녕~~~근데 갑자기 왜 부른 거야?”
“흠.....할 말이 있어 불렀다.”
“할 말? 뭔데? 말해 봐.”
“....우선은....흠, 내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뭔데? 빨리 말해라, 3초 준다, 3, 2, 1.....”
“널 좋아한다고...../////”
“엣.....?!!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나를.....좋아한다고.....?!!”
시안은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네가 코치와 연습생이 아닌 친구로 지내자고 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어. 하지만 나는 갈수록 네가 좋아졌어. 매니저랑 친구로 지내면서 네가 나한테 사적으로 메시지도 보내고, 토끼 머리띠 같은 선물도 많이 사주고, 그 밖에도 매니저는 나한테 늘 친절했잖아. 그걸 보면서 매니저는 다른 코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 다른 코치들은 매일 혹독하게 연습만 시키고 막 굴리는데.....넌 아니었어. 그때부터 나는 네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여름에 매니저랑 나 바다에서 헤어졌을 때.....나 그때 울었잖아. 처음에는 친구랑 싸우고 헤어질 때도 잘 안 그러던 내가 그때 왜 울었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더라. 나는 이미 그때도 매니저를 좋아해서, 더 보내주기 싫어서 그랬다는 걸.....”
“아......”
“하지만....아직 우리는 이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 나에게는 아직 내 팬들이 있고 신인 아이돌이 여친 있다는 게 알려지면 우리 팀은 절대 유명해질 수 없을 테니까.”
“응....충분히 이해해.”
“그래서 대중들에게도 알려지고 월드스타 될 때까지 매니저 보고 싶은 거 참고 기다리면서 너만을 위한 노래 가사 새로 쓰다가.....내, 내가 월드스타가 되면 그 노래 부르면서 세계무대에서도 너 추억할 테니까!!!!!!/////그, 그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됐냐??!!!//////”
시안은 얼굴이 토마토도 아닌 거의 태양 수준으로 빨개지면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도 시안이 너무나 귀여워 웃으며 말했다.
“응, 나도 엄청 좋아해, 시안. 새해에는 꼭 월드스타가 되길 바래. 나는 네가 무대에 설 때 얼마나 멋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네가 내 연인이 되는 날까지 기다릴게. 그게 1년이 되든 몇 년이 되든.....”
시안은 벽돌 위에 올라서서 자기보다 작아진 매니저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좋아해, 너를.”
그리고 둘은 새해 보신각종이 울리는 순간 입을 맞췄다. 서로 절대 잊지 않겠다는 맹세였다.
동시에 매니저의 마음도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짧게 입을 맞추고 시안이 말했다.
“나 간다. 부디 그때까지 나 잊지 마라.”
“응, 잘 가, 시안. 그때까지 꼭 기다릴게.”
그리고 매니저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손난로가 없는데도, 핫팩이 없는데도, 그녀는 전혀 춥지 않았다.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춥지 않았다.
사랑의 맹세를 하고 돌아서는 지금 이 순간이, 매니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매니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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