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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 익명
12월 24일
다들 잘 아는 날이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딱 하루 전,
크리스마스 이브.
이브 날 저녁이면 명계 시내는 수 많은
불빛으로 반짝인다.
한복판에 서서 빛을 내는 커다란 트리.
그 옆에 자리를 차지한 커다란
선물 상자 모형. 그리고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기 딱 좋은 여러개의
포토존이 군데군데 접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이 기나길게
서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 추억을
남기기에 딱이니까.
그 중에서도 커플들에게 인기가
제일 많은 포토존이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커플 분위기가 띄어져 있는 곳
리스와 잘 어우러지게 합쳐진
어여쁜 포토존이다.
커플이라면 꼭 찍고 가는 곳으로
명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다.
물론 사람들이 모두 포토존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문 앞에 리스를 달고
네온 사인으로 멋을 내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 가게들도 많다.
예상했던 것 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크리스마스 이브 명계 시내다.
이런 길 한복판에 누군가가 홀로 서 있다.
사신지부를 꾸미느라 바쁜 사신들 가운데
그 사신들을 이끌고 많은 일에 지친
14지부의 매니저이다.
유세프의 조언으로 휴식을 취할 겸
나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나오고 나서는 어딜 가서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하얗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 틈 속에 자리 잡은
매니저는 더욱더 그러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밀려 들어오는 파도처럼
매니저 주위를 지나다닌다.
‘아.. 파도.. 시노랑 레비가...’
과거의 기억까지 밀려 들어왔다
역시 매니저한테 시내는 잘못된
선택이었단 걸까.
매니저는 계속 어리둥절한다.
사람들은 계속 매니저를 스쳐가고
매니저는 그럴수록 계속 ‘삐이’ 거리는
이명과 출렁거리는 파도 소리와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로 귀가 아파왔다.
서서히 발의 힘이 풀려온다.
‘이대로 가다간 쓰러지겠어.. 안 돼..’
그러자 다가오는 키 큰 남성이 매니저를
실수로 밀어버리고 지나가버렸다.
그 바람에 매니저는 중심을 잃고 쓰러질
찰나에 누군가가 뒤에서 매니저를 받았다.
어깨를 잡은 손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을 매니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나 두꺼운 옷에서도 차가운 게
느껴지다니.. 되게 춥겠다..’
그리고 들려오는 말소리
“매니저님 괜찮으세요?”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매니저는 누군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많이 들은 목소리이고 익숙하니까
“모리..?”
뒤를 돌아봐 확인해보니 긴 코트를 걸친 채
파란 머리카락이 바람에 삐죽 튀어나온
모리였다.
“ 모리, 니가 왜 여기에..?
넌 지부 꾸미기로 했잖아..”
모리의 질문에 답보다 모리가 왜 여기
있냐는 의문이 넘쳐 오히려 되물었다.
모리는 눈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 매니저님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뒤따라 왔습니다.”
매니저의 표정..?
“ 내 표정이 그렇게 티 났나??”
매니저는 두 손을 볼에 갖다댄채 말했다.
“ 그냥 기분이 찜찜해서 따라온 거예요”
모리는 매니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매니저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겨 물었다
“ 다른 사신들한테는 어쩌고 온 거야..?”
그에 모리가 대답했다
“ 걱정 마세요, 적당한 핑계를
만들었으니까요.”
그 말이 매니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다른 사신들도 걱정해서
폐를 끼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니저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린 모리를
올려다봤다. 모리는 일명 사기꾼
전략이라고 우기지만 자신의 이익이 있다면
머리를 쓰고 그걸 성공하는 이다.
물론 그런 모리에게도 약점은 있다.
추위라든지 그런 것들
매니저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모리의
손이 눈에 띄었다
길고 하얀 손 맨손이었다.
‘ 맨손..? 모리는 수족냉증인데..’
수족냉증이란 순간 매니저는 모리의 손을
덥석 잡았다
“ 모리 너 손 되게 차가워!
왜 장갑 안 끼고 왔어!”
모리는 그에 좀 당황한 표정이었다
“ 그게.. 장갑을 잊고 안 썼나봐요..”
차디 차운 모리의 손을 잡고 있는
매니저는 모리를 걱정했다
너무 차가운데 거기에 바람까지 부니..
매니저는 끝내 말했다
“ 아까 보니까 옷 가게 있던데
거기서 내가 장갑 사줄게.”
“ 매니저님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매니저는 모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 가자!”
모리는 어쩔 수 없이 매니저를 따라 갔다
매니저 덕분에 조금이나마 따뜻해진
자기 손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은
멈출 수 없나 보다.
‘ 스승님..’
옛날 손이 시려울 때마다 따뜻하게
해주려고 잡아주었던 스승님.
‘ 그때도 이런 감정이었어..
당신은 스승님도 신도 아닌데..’
매니저와 모리는 길가를 걸으며
가게를 찾아갔다
매니저는 입을 열었다
“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시내가 되게 화려하다..”
모리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 저기 봐, 모리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이야..!”
모리는 매니저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조그만한 아이들이 쪼르르 모여
산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명계 시내에서는 누군가가 산타로 분장하여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준다
매니저는 옛 생각을 떠올리며 말했다
“ 나도 한때는 산타가 주는 선물
좋아했는데..”
“ 산타가 없다는 걸 잊기 전까지는요.”
모리의 말에 매니저가 놀라 말했다
“ 그래? 나도 그랬는데..”
매니저는 길가에서 멈춰 아이들을
바라보더니 이어 말했다
“ 알기 전까지는 정말로 착한 일
많이 하려고 애썼지.. 울지도 않으려고
하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산타가 없다고 하니 서러웠지..”
모리 역시 멈춰서 매니저의 말을 듣고 있다
“ 난 그 선물 얻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게 헛수고가 돼버린거니까..”
“...”
모리는 선물을 받을 생각에 들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 모리..”
매니저는 모리를 안쓰레 쳐다봤다
“ 하지만, 매니저님.”
“ ?”
모리는 말했다
“ 누군가가 저한테 선물을 준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매니저도 동의했다
“ 당연히 기쁘겠지..”
“ 게다가 산타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매니저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산타가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갑자기 와서는
없다는 산타가 있다고 하지 않나
“ ???”
모리는 웃으면서 자기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 제가 있고 매니저님도 있잖아요?”
그제서야 매니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해한 매니저는 말했다
“ 맞아 모리.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산타가 될 수
있어. 너도, 나도 다른 이들도.”
매니저는 싱긋하고 웃음을 보였다
모리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 저희가 오늘 산타가 되는 건 어떨까요?”
“ 어떻게?”
“ 옷가게에 산타 옷이 있고
과자를 포장해 파는 가게도
있는데 뭐가 문제겠어요?”
모리는 매니저의 손을 끌어 가게로
데려갔다. 매니저는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모리의 손을 맞잡으며 가게로
끌려갔다.
“ 의외야, 모리.”
“ 뭐가요?”
“ 너는 너한테 이익이 가야만
이런 걸 하는 애잖아.”
모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 그럼 골드라도 주시는 건 아닌가요?”
매니저는 당황하면서 말했다
“ 으악 그런 얘기는 아니었는데..”
모리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말했다
“ 농담이에요. 매니저님은 거짓말에
쉽게 속으시네요.”
“ 너라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 너무하시네요. 저를 그렇게만
보다니요.”
매니저는 이런 모리가 귀여워
키득키득 웃고 말았다
“ 그럼 왜 이러는 건데~?”
“ 아이들이 행복할 거잖아요~
선물을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만족해요.”
매니저는 모리의 말이 살짝 짠하면서도
모리가 자랑스러웠다
“ 매니저님도 그걸로 만족하시는 거
아닌가요~?”
매니저는 곰곰 생각하다 말했다
“ 아니~”
“ 뭔가 매니저님답지 않은데요..”
매니저는 또 웃으며 말했다
“ 니가 내 선물을 받고 활짝 웃는 모습을
봐야 만족할 거 같은데~?”
“ 역시 매니저님이시네요~
근데 선물은 뭐죠..?”
매니저는 방금 몰래 사온 장갑과 지갑을
건넸다. 모리는 주섬주섬 받고는
활짝 웃어보였다. 매니저도 만족한 듯
웃었다 모리는 매니저한테 말했다
“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물이 없는데..”
매니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응~?! 아니야, 모리 나는 굳이 안 줘도..”
“ 하지만 보답은 꼭..”
매니저가 모리의 두 손을 잡자
모리는 말을 멈추고 둘은 서로 쳐다봤다
“ 난 모리랑 같이 이런 추억을
만드는 거로도 충분해.”
모리는 멍한 표정으로 있더니
시선을 매니저와 자신의 손으로 향한 채
말없이 서 있었다
그러고는 오히려 매니저의 손을
도로 잡아서 말했다
“ 그럼 이런 추억을 만들어볼까요?”
매니저는 대답 대신 웃어보이고는
산타가 된 둘은 쿠키를 사러갔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리본으로 묶인
땡땡이 무늬로 포장된거였다
그 안에는 맛있는 초코쿠키가 들어 있었다
“ 초코칩쿠키라면 나인님이
최고인데 말이죠.”
“ 그럼 나인한테 부탁할걸 그랬나?”
“ 아니에요, 그랬다가는 모든 사신들이
출동할 텐데요.”
이 말 뜻은 매니저도 알 수 있었다
나인의 쿠키로 인해 의도를 알아내면
모든 사신들이 같이 산타가 될거니까
‘ 모리 은근 이런 면도 있구나
질투 같은 거..?’
매니저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산타로 분장한 매니저와 모리를
본 아이들은 그 둘 한테 달려들었다.
“ 우와~ 산타 할아버지~!!”
매니저는 아이 한 명 한명에게
쿠키를 나누어 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 주었다. 모리 역시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누어 주었다.
“ 메리 크리스마스~!”
매니저가 이렇게 말한 순간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첫눈이었다.
“ 모리 첫눈이야~ 눈이라고!”
기뻐하는 매니저와 환호하는 행복한
아이들을 본 모리는 쌩긋 웃었다
눈을 좋아하는 모리는 아니지만
뭔가 이상하게도 눈이 좋아진 기분이었다
사신지부를 오기 전 눈 내리는
추운 산 석에 버려졌던 날.
몸이 차가워지는 그런 고통에
매달려 힘들어하던 때에 나타난
스승님. 손이 시릴 때면
손을 잡아주기도 하던 스승님.
매니저님처럼...
이렇게 눈 내리는 추운 나날 속,
이때까지의 애매모호했던 감정이
모리에게 다가왔다.
눈 속에서 찾은 스승님처럼
매니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찾은 것
모리는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아이들에게
하던 일을 마무리짓는다
정리된 둘은 지부로 돌아가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했다
매니저 역시 아이들에게 마음을 베푸는
모리를 보고 흐뭇해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커플들에게 제일 인기 많은 포토존.
사람들도 거위 다 찍고 갔는지
몇몇만 남아있다.
매니저는 모리를 올려다 봤다
그렇게 많이 나는 키차이는 아니지만
매니저는 모리의 꿍꿍이의 반은
알아낸 듯 말했다
“ 모리한테 이끌려 가니까
이런 곳으로 와버렸네?”
모리가 답했다.
“ 음.. 제가 굳이 여기로 온 건 아니지만
이왕 온 거 찍으실래요?”
“ 모리.. 진짜...”
하지만 어느새 둘이 서 있는 자리가
라인 안에 들었는지
뒤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찍어주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하는 수 없이 모리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둘은 사진을 찍고 다시
정말로 지부로 향했다.
사실 앞에서 말했듯이
매니저는 모리의 꿍꿍이를 다
알아채지 못한 기분이었다.
‘ 왜지...? 뭔가 이 찝찝한 기분은...’
매니저는 이 의문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역시 매니저의 감은 정확하다.
매니저의 눈을 끄는 것은
모리의 장갑 안 낀 맨손이었다
그것도 한 쪽 손만. 매니저한테 가까운 손.
‘ 왜 장갑을 안 끼지? 디자인이 별로였나.’
너무나도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결국은 물어본다.
“ 모리 손 안 시려워? 장갑도 안 끼길래..”
그제야 모리는 이걸 노렸다는 듯 말한다.
“ 장갑보다는 매니저님의 손이 더
따뜻하니까요.”
이윽고 덧붙였다.
“ 잡아주실래요?”
모리가 손을 매니저한테 내밀었다
매니저는 망설이다가
“ 당연하지, 모리.”
모리의 손을 맞잡았다.
매니저와 모리가 아이들한테
행복을 나눠준 것처럼 이 둘에게도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 저와 매니저님께도 해피엔딩이
다가올 거라고 믿었어요...’
서로 손을 잡고 걷는 이 거리는
다른 날보다 다 따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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