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便紙 / 청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책상에는 꽃이 많았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은 편지 봉투가 놓여있었다. 나는 손에 물기를 제거하려고 윗옷에 내 손을 닦고 편지 봉투를 들어 나에게 온 게 맞는지, 누가 보냈는지 확인하려고 살펴보았지만 나와 있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책상을 다시 살펴보며 힌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구석에 새로운 포스트잇을 발견하고 읽어보았다. 그 포스트잇에는 ‘매니저님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직접 주고 싶지만 여러 일 때문에 바빠서(매니저님은 저보다 더 바쁘시겠지만…. ㅠㅠ) 죄송해요. ㅠㅠ 아 너무 바쁘시면 나중에 읽으셔도 돼요!:) 그럼 수고하세요:-) -엘-’ 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쪽지를 보고 주먹을 쥔 채 입에 가져다 대고 웃었다. 그러다 문득 왜 편지를 적었나 궁금해해서 실링 왁스로 포장돼 있는 편지 봉투라 페이퍼 나이프를 가지러 사감실로 가서 얻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열어보았다. 한 장밖에 없었지만, 나는 그런 정성에 감동하기도 했으며 오랜만에 편지를 받아봐서 편지 위로 가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To. 저가 지켜드리고 싶은 매니저님께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매니저님의 수호천사인 엘 이에요! 저가 편지는 처음이라 편지를 자주 써 본 유세프님, 모리님 {의외라고 생각이 들었다} , 아이타치님, 키르님, 루이님, 리히트님 {리히트는 왜 편지를 자주 쓸까 생각해보았는데 금방 짐작이 가능했다} , 기이님 {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이 저를 위해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모리님은 절 위해서 실링 왁스를 주었어요! {이 말을 듣고 왜 모리가 엘이 편지 쓰는 일을 도왔는지 알 거 같았다. 엘은 정말 착해서 곁에 나인이나 유세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 위해서 도와주셨다니 우리 지부 사신 분들이 착하시고 좋은 것 같아요! 매니저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저가 편지글을 쓴 이유는 유세프님에게 들었는데 저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면 말보다는 글이라고 하셔서 적어보면서 매니저님에게 시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해서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잖아요? 저가 책을 자주 읽지만 시는 이번 기회에 알아서 매니저님에게 소개해주면 좋을 거 같아서 편지에 적으려고 해요! 아 저가 시를 어떻게 접했냐면 저가 소설책을 보러 서재에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유세프님이 계시더라고요. 그때 가을이니 소설도 좋지만 시는 어떠냐고 해서 읽어보았는데 저와 비슷한 상황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의 매력에 빠지면서 시를 몇 편 소개를 해드리려고 해요! 매니저님이 알고 계신다면 그냥… 애교로…. [어떤 액체가 종이에 묻은 자국이 있다]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종일 피어 있던 새야
안아줄 수 없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해
-권현형 안과 밖-
어쩌면 네가 밤 속에 누워 녹아갈 때
물 없는 사막은 너를 향해 서서히 걸어올지도 모르겠어
사막이 어쩌면 너에게 말할지도 몰라
사랑해, 네 눈물이 지하수를 타고 올 만큼 날 사랑해줘
-허수경 밤 속에 누운 너에게-
그대가 나를 버려도 좋으니
내가 그대를 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운 적이 많았다
-유용주 개 같은 내 인생-
저는 이 시들을 보며 왜인지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많이 생각이 들어요! {시들을 읽고 엘의 말을 더 읽어보았지만 왜 비슷한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매니저님은 제가 소개한 시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이건 강요가 아니라… 그 궁금해서요… 만약 매니저님이 싫다면 해주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이 시들을 보면서 언어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면서 유세프님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저도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겠죠? :D
아 그리고 저가 매니저님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매니저님 많이 ■■■■■{펜으로 덧칠이 진하게 되어 있어서 눈과 가까이 대고 보았지만,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매니저님을 많이 ■■■■■[아까와 마찬가지로 읽을 수가 없으며 아까와 같은 자국이 있었다) 아 죄송해요…. 매니저님 새벽에 쓰느라 감정이 센티해져서 저도 모르게 적었네요! 매니저님...! 일하는 모습과 저희에게 투정 없이 저희를 위해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고, 그런 면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나중에 매니저님 같은 분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더 하고 싶은 말은 저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믿음직스럽지 않고, 약하지만 [덧칠된 자국과 마찬가지로 어떤 자국이 있었다] 매니저님을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해서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고 지금도 매니저님을 지킬 수 있도록 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할게요! 저 꼭 믿어주세요! 아, 너무 서류에서 쓰는 말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고 밋밋한 발언이죠? 그렇게 보였다면 너무 죄송하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같은 소리만 할 수 있으니 마무리 지을게요! 매니저님을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있고, 저는 언제나 매니저님 편이에요! 저를 안 미덥지만 그래도 저는 매니저님을 항상 믿고 있어요! 그럼 이만 자러 가볼게요! 비록 해가 쨍하고 뜰 때 드리지만 지금 저가 쓰는 시간은 밤이거든요! 그럼, 말 줄이겠습니다. 그럼 내일 봬요. :)
p.s. 매니저님 덧칠된 자국 있어서 죄송하고 얼룩이 많이 묻어서 죄송해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처음부터 다시 쓰려고 했는데 이것까지 5장째라서요… 저 때문은 아니지만, 저도 그런 생각으로 버리면 더 안 좋아질 거로 생각해서 덧칠만 하고 말았어요. 더럽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면 죄송해요! [어떤 액체가 종이에 묻은 자국이 있다] 정말 죄송해요. 부디 편지 잘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굳이 제게 답장을 안 써드려도 돼요!
from. 매니저님의 영원한 수호천사가 되고 싶은 엘
나는 엘의 편지를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으며 엘이 이제는 시에도 관심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이런 편지를 언제 쓰고, 물어봤으며 이런 걸 준비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기수장 일도 만만치 않을 텐데 취미 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줄 편지까지 줄 수 몰랐었다. 그러는 마음이 감동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나는 책상 서랍을 열어서 편지지와 편지 봉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편지 봉투는 기본 편지 봉투이었다. 이걸 엘에게 줄 수 없음으로 잠시 의자에 기대어 오늘 스케줄을 확인해보았다. 조금 있다가 잠깐이지만 나가야 할 일이 있어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똑바로 앉아서 포스트잇을 꺼내고 편지지와 편지 봉투 사기라고 적었고, 모니터 옆에 나가서 살 목록 아래에 놓았고, 다시 펜을 잡으며 일에 집중했다.
'세 번째 계절 > 우리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셒매니][이별&재회] 이혼 후 / 언 (0) | 2020.09.11 |
---|---|
[요니매니][이별&재회] -대해 논하시오. / 리모 (0) | 2020.09.11 |
[에단매니] [이별&재회] 단풍나무 아래에는 기사의 시체가 묻혀있다 / 익명 (0) | 2020.09.11 |
[베린매니][이별&재회] 낙엽 / 김도이 (0) | 2020.09.11 |
[모리매니][독서의 계절] 여우를 길들이는 방법 / 매의른 (0) | 2020.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