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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잊어줘 / 유설
“노아,그거 알아?”
넌 누구야?
나를 왜 이리 친근하게 불러?
근데,왜 당연히 친한 사이라는 듯한 느낌이 드는거야?
왜,하루하루 죽어가는 모습으로 말하는 모습에
어째서 내가 죽을 듯이 아픈 거야?
그리고 내 몸이 왜? 의지대로 통제되지 않는 건데?
“안돼,말하지마…”
너가 그 말을 하면 영원히 떠나버릴 거라는 예감이 들어
울먹이며 말하지 말라며 애원해보지만,넌 그저 웃으며 대답을 회피하고는 기어코 말 할 뿐이야.
“사람은 누군가를 잊을 때,목소리부터 잊어버린데.”
덜덜 떠는 손으로 내 손을 마주잡으며 말했어.
창백하고 덜덜 떨리는 손은 점점 차게 식어가
그럴리 없다고,넌 치료받고 다시 건강하게 내 앞에 나타날거야.라 되뇌어보아도 불안함이 가질 않아
“내 마지막 부탁이야.네 기억에서 나란 존재를 잊어줘.”
“아니,잊지 않을거야.그게 얼마나 가혹한 말인지는 알아요?”
“소중한 사람의 추억을 떠올릴 때,그 사람을 볼 수 없으면 그 추억은 두가지 감정을 불러 온데.그리움과 죄책감.그러니까,날 잊어줘.노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병실에 울려퍼지는 삐 소리와
완전히 식어버린 네 손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암전 됬다.
“노아야!”
다시 환하게 밝아지는 시야와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들
그리고 다급하게 절 부르는 어머니의 걱정 어린 목소리
분명,자신은 침대에서 잠들었는 데,이상한 꿈을 꾸고 일어나니까.
병원이네…무슨 일이 있던거야.
“노아 환자.지금이 몇 일인지 아시나요?”
“아니요.”
“2020.6.26일 입니다.”
분명 잘 때는 내 생일이었는 데,일어니 4일이나 지났네…
어머니가 저럴만했어.
이상하리 차분한 상태였다.
놀라긴했지만,그렇게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구나.
싶었고…다만 내게 중요한 건,저 진단 키트에 적혀있는 한 문장이야
‘모종의 사유로 자아보호를 위해 잊었던 기억을 되찾은 후유증으로 기절함’
기억이라…
되찾은 기억이라 할만한 건…꿈 뿐인데.
왠지 모르게 이 병실이 익숙하다.
마치 수십 번은 드나들었던 장소인 마냥
“죄송하지만,여기 푸른 병원 201호실 맞나요?”
그래,그럴리 없잖아.
여기가 푸른 병원 201호실일리가.
어머니?왜,침묵을 유지하시는 건가요.
의사 선생님,말씀 좀 해주세요.
제발,아니라고 해주세요.
안 그러면 죄책감 미칠 거 같다고..
잊지 않겠다 약속했는데,
하루하루 죽어갔던,그 아이를 잊지 않겠다했다고.
근데,난 바로 잊어버렸어.
근데,난 기억해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꿈은 꿈일 뿐이라고 해줘.
급하게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와
분위기에 금방 입을 다물었지만,알아낼 건 다 알아냈어.
“201호 환자….”
아,맞구나 푸른 병원 201호
꿈이 아니었구나.
“어머니,왜…절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거에요..”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변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어
내가 한심해서 미칠 거 같아
그리움과 죄책감이 북받쳐 오르는 데,이 울분을 드러낼 수가 없어.
아니,내가 그럴 자격은 있을까.
"말이라도 해주시지…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알려주질 않은거에요?”
알아,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내가 원망스럽고 한심해서 미치도록 증오스러워서 무너질 거같아.
그래,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더라면,널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증오스러워.
네 이름 석자를 마음에 새기고 잊지않도록 계속 되뇌어
ㅡㅡ
그 날은 아마,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었을 거야.
따스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은 기분 좋게 불어왔고
유치원에서 시작된 인연인 내 친구와 같이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걸어갔지.중학교는 다같이 붙고,고등학교는 다같이 튕겨서 이곳으로 오고..참 끈질긴 인연이야.
다른 건 그렇다해도,교복 디자인은 진짜 충격이었지.
어떻게 분홍 셔츠에 검정 바지야?어떻게 이런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거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였던 그 시절의 교복.
난 괴상한 교복 디자인에 우울해 있던 찰나,친구 윤혁이 꽃을 내 머리에 꽂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여기서 노래 부르면,딱 꽃 꽂은 미친 놈인..히이익”
말이 차마 끝나기도 전에 머리에 꽂은 민들레를 짓밟으면 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윤혁아,죽고 싶은 말로해.”
환하게 지었던 미소를 거두면서 살벌하게
“이렇게 수고해서 죽지말고”
그렇게 시작됬던 추격전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학교 사정으로 시간이 지연되어 붕 떠버린 시간 동안,우리의 추격전은 재미있는 볼거리였으니까.
속도 하나는 원탑인 너와 너보단 느려도 둘째하라면 서러울 체력을 가진 나의 추격전,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흥미 진진한 추격전에
아이들은 팀을 나눠 우리를 응원하기 시작했어
그렇게 장장 30분을 달리던 순간이었는데,갑자기 나타난 한 여학생과 부딪히고 말았어.
그러고 말았다면,그저 재수 없었던 날이라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넘어져,상처가 난 다리를 보며,태연하게 중얼거리고는
“피가 많이 나네..”
다친 다리에 힘을 주니,아프단 걸 깨달았는지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그걸 다 참고 걸어가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여자들은 어떻게든 저와 말 한 마디 해보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나한테 관심조차 없었으니까.흥미로웠어.
“보건실까지 업어줄게요.”
라는 말에 미친 놈인가 하는 표정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더니
“나 혼자 걸어갈 수 있어.미안해.”
차마 됬다고 말은 못 하는 성격이란 건 알겠다.
남들에게 피해주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그렇다고 의지하기도 기피하는 성격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러면서,다리에 힘 주면 아파서 제대로 걷지 못 하면서.그냥 업혀요.”
라는 말에도 망설이 길래,그냥 공주님 안기로 들어버리자,미쳤냐고 내려 놓으라고 난리치는 걸 무시하고 보건실로 갔다.
“음…큰 밴드면 되려나?”
조치는 자기가 하겠다며 돌려보내더니,무릎이 다까졌는데, 큰 밴드라니…
황당함에 어이가 없어서
“연고랑 붕대를 써야해요.커다란 밴드가 아니라.”
“왜?굳이 붕대를 써 심각한 상처도 아닌데.”
“무릎이 통째로 까졌어.심각하지 않다고 하는게 이상한 게 아닐까요?”
라는 말에
“그래도,고작 이거 가지고 붕대를 바르기에는”
말이 안 통할거라는 생각에,그냥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줬다.
“저기…미안한데 말이야,그거 압박 붕대야.”
“…”
아니,압박 붕대를 왜 들고 있던 건데!
ㅡㅡ
그렇게 시작된 묘한 인연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작은 호기심은 우정이되었고
우정은 짝사랑으로 변했고
여전히 너는
“호구.”
“응?”
“이 호구야!그걸 진짜로 구해오면 어떡해!”
자긴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그러니까,너가 좋아할 사람이 못 된다는 뜻으로 이것 저것 시키는 너와
그걸 또 해내서 오는 나의 일상은 언제나 너의 걱정 어린 잔소리
“구해오라했잖아요.그래서 구해왔는데?”
“넌 자존심도 없어?내가 이렇게 널 이용을 해먹을려고 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그걸 해오냐고!”
“너한테 자존심 세워서 뭐해?결국은 무너질 자존심인데.그럴 바엔,네 호감을 한 번이라더 사는게 나으니까”
“내가 말을 말자.”
그렇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몸이 아파서 조퇴한 너 없이 혼자 집에 걸어가게 되어,오랫만에 느껴지는 적적함 속에서 사물함을 열어봐.너가 자주 쓰던 클로버 모양의 스티커가 붙은 편지.
인줄 알았던 유서
/to.노아
노아,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 건,내 계획은 전부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정나미 떨어트려서 멀어지려한 계회을 너가 전부 무산시켜버렸다는 말이겠지.
노아,그거 알아?
‘사람은 누군가를 잊을 때,목소리부터 잊어버린데.’그러니까.
네 기억 속에서 나란 존재를 잊어줘.
직접 말하고 싶었지만,너가 병원에 왔을 땐,죽었을 가능성이 더 커서,편지로 남겨.뭐..실제로 찾아온다해도 할 말은 똑같겠지만?
사랑했어,이제서야 말해서 미안해
From.네 친구,매니저
선생님을 달달 볶아 알아낸 네 병실을 향해 무작정 달렸다.
ㅡㅡ
“매니저”
“왜,그래 노아?”
“내 염원이,어째서 그 친구와 함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그 친구가 사랑받는 생을 살고,최소한 그 친구의 친구로써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빌었는지 알아요?”
“왜?”
“그 친구가 제 인생의 전부였거든요.”
잊어 버려서 미안해,매니저
그리고 이번 생에도,저번 생에도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 염원은 이미 이루어졌어요.”
매니저가 사신지부의 왔던 그 날은
만화경이 가득 찬 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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