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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 이아린
“시안형! 축하해!”
“이 천재보다도 만화경을 먼저 채우다니 역시 시안형이야!!”
“그럼 뽀삐, 이제 떠나는 거야?? 가지마!!!”
“뽀삐라고 부르지 말랬지!!!”
매니저가 떠난 뒤 쉴 새 없이 임무에만 집중하던 시안은 14지부에선 처음으로 만화경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만화경은 영롱한 오색 빛으로 반짝반짝 빛났고 천천히 안을 들여다보면 오색 빛의 나비들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날갯짓을 했고 그 힘은 천천히 손으로 전해져 와 가만이 있어도 요동치듯 손이 떨릴 정도 였다.
“시안! 축하한다냥! 이제 눈을 감고 염원을 빌면 이 곳에서의 기억은 사라지고 염원을 이룬 그 세계로 갈 것이다냥!”
“기억을 잃어...? 그럼 매니저는?!”
“매니저에 대한 기억도 당연히 잃게 된다냥.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냥. 너의 기억 한 구석에서 네가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릴 그 날을 기다릴 것이다냥.”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한번 죽었던 존재들이었고 염원을 이룬다는 건 환생을 의미할테니까.. 그는 자신을 바라보며 은은히 미소짓는 키르와 펑펑 우는 카티, 그리고 애써 눈물을 참는 시릴에게까지 빙긋 웃어주고는 눈을 감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던 그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 수많은 군중의 환호성, 인이어에서 들려오는 반주 소리, 화려한 조명... 다시 눈을 뜬 그는 그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그 멀고도 고단했던 시간 지나 우리가 지금 우리가 함께 여기 서 있어. 서로 다른 아픔 속에 훔쳐 온 눈물. 이젠 저 밤하늘 위에 환한 빛이 되어 너와 내 별 사이 선을 이으면 나 이제야 알게 된 그 말..”
은은한 조명 아래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의자, 이마에 송글 송글 맺혀있는 땀방울, 천천히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와 같은 색인 핑크색 야광봉, 함께 노래를 부르는 동료들.. 무언가 잊은 듯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시안은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훔쳐내며 노래를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크게 외쳤다.
“다들 콘서트 잘 즐기고 있어?!”
“네!!!!!”
“벌써 오늘의 마지막 곡이네! 마지막은 다 같이 뛰어볼까! 일어나!!”
관중들에게 손짓하자 관중들은 그 손짓에 환호하며 다 같이 일어섰고 시안은 손에 들었던 마이크를 백댄서에게 넘기고 백댄서들은 마이크를 스탭에게 넘기며 다음 곡을 준비했고 무대의 동료들은 인이어를 눌러 마이크를 켰다.
“자, 준비됐지? 간다!”
크게 한번 점프한 그는 잔잔하게 깔리는 반주에 맞추어 그대로 무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팬들을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길게 늘여 여우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절대 안 된다고. 끝이 보이는 사랑이라고, 결국에는 둘 다 지쳐쓰러지고 말거라고 모두 둘을 붙잡고 어떻게든 헤어지라고 축하는커녕 안타까운 눈빛들만 주지만-”
반주가 점점 빠른 곡조로 변해가자 시안은 무릎을 굽히고 발을 굴러 그 반동으로 한 번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크게 점프했다.
“뛰어!! 난 널 보낼 수가 없는걸- 넌 나 없이 살 수 없는걸- 힘든 사랑도 사랑이기에 사랑이기에 우린 행복한 걸! 뛰고, 뛰고, 뛰고!!”
그렇게 뜨거웠던 콘서트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동료들은 시안 머리에 손을 얹고선 마구 흐트러뜨렸다.
“오늘도 수고했어, 리더”
“어어?! 머리 쓰다듬지 말라고 했지!!”
시안은 동료들과 투닥이면서도 밝은 미소를 지었고 콘서트와 함께 그들의 노래가 담긴 앨범들은 성황리에 팔려 그들은 어느새 국민가수가 되어있었다. 어딜 가든 기자들과 팬들이 따라 다녔고, 예능이면 예능, 음악방송이면 음악방송, 여기저기 그가 출연한다고만 하면 그야말로 시청률은 하늘을 찔렀다. 그 인기에 그들은 밥 먹을 새도,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했고 그 누구보다 즐거웠다.
“시안- 다음 스케줄은 거리 좀 있으니까 가는 동안 좀 자둬!”
분명 꿈을 이뤘는데 어딘가 허전한 이 기분은 무얼까.. 매니저... 이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눈물부터 흐른단 말이지. 그는 도대체 누구길래 내 가슴을 이렇게 뜨겁게 달구는 걸까. 매니저.. 매니저.. 보고싶어. 누군지도 모르지만 얼굴도 떠오르지 않지만 나, 네가 보고싶어.
“시안- 일어나! 다음 스케줄이야!”
“잠... 들었었나? 다음 스케줄은 뭐지?”
“정말 깊게 잠들었었나 보네. 팬사인회잖아! 오늘의 마지막 스케줄이자 우리가 가장 기다렸던 스케줄!”
“아, 그랬지.”
시안은 머리를 긁적이며 차에서 내려 대기실로 들어섰다. 차 안에서 자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헤어디자이너가 다시 드라이해주고 번진 화장을 지우고, 다시 새 화장을 하고 팬 사인회장에 들어선 그는 수많은 팬들을 보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래, 이게 내 꿈이었는데 더 중요한게 뭐 겠어. 사인회장에 은은히 울려퍼지는 내 노랫소리, 우리를 기다리며 수 많은 팬들.. 그래, 이게 행복이지.
“이름이 뭐에요?”
그는 어느새 눈 앞에 다가온 첫 번째 팬에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검은 머리칼에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늑대같은 눈매를 지닌 그는 금색 눈동자를 빛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키르다.”
“키...르?”
그 뒤에는 검은 머리칼에 굵은 뿔테 안경을 쓰고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 소년, 분홍빛 머리를 사과 꼭지처럼 묶고 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소년, 까무잡잡한 피부에 밝은 민트색 머리를 가진 덩치 큰 남자, 그리고 그 뒤엔...밝은 허니블론드 색 머리칼에 갈색 눈동자.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은은히 미소 지으며 차례대로 앨범을 내밀었고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설마 이 천재를 잊은거야?”
“시안형! 나 데이데이!!!”
“헹! 부럽지, 뽀삐!! 우리 매니저랑 임무왔다!!!”
“매니저, 그냥 매니저라고 적어줄래요?”
기억났다. 아.. 그래 내가 이 자리에 설 수있던 건 다 너희들이 있었기 덕분이었어. 네가 있어서 난 그 고난 속에도 만화경을 채울 수 있었고, 또 너희들을 만나기 위해 염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지. 이렇게 나를 다시 만나러 와줘서, 잃었던 기억을 다시 깨워줘서 고마워. 다들...
“뽀삐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나 없이도 잘 지냈냐,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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