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당신의 장맛길 / 익명 톡, 톡, 빗방울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실내까지 들어온다. 세이는 사각이며 써 내려가던 펜을 멈추고 창밖을 응시했다. 금세 창문에 빗줄기가 달라붙을 정도로 굵어진다. 톡, 톡, 빗소리와 같이 세이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의 벽안은 까맣게 물들어있는 핸드폰 액정에 머물렀다. 반짝이며 액정이 켜진다.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손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사감님 혹시 주무세요? ] [ 옆에 있어 드릴까요? ] 발신자는 매니저였다. 세이는 상대가 원하는 답장을 아는 듯 빠르게 써내어 전송 버튼을 눌렀..

――――――――――――― ――――――――――――― ――――――――――――― ――――――――――――― ――――――――――――― ――――――――――――― 여름 기억 / 삼챠(곰도리) 나는 여름이 싫다. 정확히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여름에 대해 좋은 기억이 그다지 없는걸….’ 창틀에서 턱을 괴고는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을 멍하니 내다보며 생각했다. 어느 쪽이냐 하면, 역시 여름과 관련해선 좋은 기억보다는 안 좋은 기억이 많다. 물론 여름에도 즐거운 일은 많다. 바다, 축제, 바캉스…. ‘전부 나랑은 거리가 먼 얘기들이지.’ 사신 지부에 오기 전이라고 해서 사는 게 딱히 더 편하지는 않았다. 공부도, 학교도, 전부 내 손으로 힘들게 다녔어. 동생들. - 동생들도, 책임 지면서…. 거기까지 생각하자 머리가 ..

――――――――――――― ――――――――――――― ――――――――――――― ――――――――――――― ――――――――――――― ――――――――――――― 우산 / 뷁 “아, 비 온다.” 과제를 얼른 끝내기 위함이라며 카페에서 만난 친구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더니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 나 또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슬비인지, 투둑투둑, 하고. 천천히, 또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하필 가방을 바꿔 나온 탓에 늘 가지고 다니던 접이식 우산은 고이 집에 박혀 있었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한 번, 노트북을 통해 본 시간을 한 번씩 보고선 다시 과제에 집중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과제가 끝나려면 아직 남았으니, 그 전까지 비가 그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비를 알려준 친구도 그리 ..